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연극 '훔볼트의 정원'·'싱크로나이즈'/ 우리, 세상에 너무 무관심했던 것 아닐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연극 '훔볼트의 정원'·'싱크로나이즈'/ 우리, 세상에 너무 무관심했던 것 아닐까

입력
2009.12.09 02:39
0 0

당대를 어느 예술보다 재빠르게 선취하는 것은 연극의 미덕이고 가능성이다.

강대국들의 경제발전에 따른 지구온난화에 치여, 엉뚱하게도 남태평양의 한 섬이 사라졌다. 그러나 원인 제공자인 잘 사는 나라들은 피해 당사자들의 원조 요청을 거절한다. 극단 청우가 지구의 불평등한 현실을 풍자한 연극 '훔볼트의 정원'이다.

지구온난화로 환경 변화를 코앞에 두고 있는 어느 가상 국가에서 벌어지는 상황이다. 서로 책임을 미루다 보니 결국 땅이 모두 물에 잠겨, 원시 상태에 버금가는 현실이 오고 말지만 인간들은 어리석음을 버리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이 무대가 겨누는 것은 집단의 맹목적 이기심과 그것을 조장하는 일반인의 무관심이다. 자신들의 행위로 결국 사람들이 죽어가지만 정치지도자들의 말투는 천연덕스럽기 그지없다. 이 연극이 부조리 코미디이기도 한 이유다. 연출자 이재신씨는 "범람하는 가벼운 코미디물을 반성, 관객을 진정으로 즐겁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하는 질문에 대한 해답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제목의 훔볼트는 18세기 독일 학자 칼 빌헬름 폰 훔볼트의 이름에서 따온 것인데, 그는 정원의 주인보다 늘 정원을 돌보는 관리자가 정원의 실제적 소유자라는 이론을 펼친 사람이다. 국가라는 시스템과 그 성원인 개인 간의 관계를 되새겨 보자는 주제를 상징한다. 황복구 작, 송태영 정석우 등 출연. 17~31일 대학로극장. 화~금 오후 8시, 토 4시 7시, 일 4시. (02)764-7064

극단 하땅세의 '싱크로나이즈'는 우리가 스쳐가는 세계에 눈을 돌리게 하는 우화다. 각종 시각 매체를 동원, 미처 생각지 못한 미세한 세계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동물원에서 코끼리가 울다가 갑자기 죽었다. 그런데 그 눈물에 파리가 빠져 죽었다. 연극은 코끼리가 흘린 눈물의 의미를 천착한다. 아프리카가 그리웠던 것이다.

코끼리의 향수가 발단이지만, 무대 어법은 대단히 구체적이다. 미세한 사물을 확대해 보여주는 마이크로 카메라, 내시경 카메라 등을 이용해 공연이 진행 중인 극장 내부를 프로젝터를 통해 보여준다. 미리 준비한 영상도 가세한다.

이 극단이 미미한 세계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2006년 아동극 '세상에서 제일 작은 개구리 왕자'를 공연하면서부터. 접사 영상의 아름다움을 무대에 본격적으로 응용한 이 작품은 현재 8개 국을 순회중이다. 이 작품의 원작자인 윤조병(72), 윤시중(42)씨는 부자지간. 아버지가 "하늘을 우러르고 땅을 굽어봐 세상을 살피다"는 뜻으로 지은 극단 이름 하땅세를, 아들은 "하늘부터 땅까지 세게 간다"는 뜻으로 바꿔 부른다. 26일부터 내년 1월 7일까지, 블랙박스씨어터. 화~금 오후 8시, 토 4시 7시, 일 4시. 1588-7890

장병욱 기자 aj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