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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유전의 문화재 다시 보기] <12> 안압지 출토 신라목선(新羅木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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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유전의 문화재 다시 보기] <12> 안압지 출토 신라목선(新羅木船)

입력
2009.12.09 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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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안압지(雁鴨池)를 방문하면 크고 작은 3개의 섬과 함께 못이 잘 정비되어 있고 못의 가장자리를 따라 신라시대의 건물 2개동이 복원되어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특히 야간조명으로 밤에는 환상적인 풍광을 보여준다.

1971년 청와대 주관으로 마련된 경주관광개발 10개년 계획 가운데에는 안압지 내부를 준설하여 맑은 물을 담고 주변을 정비하도록 한 계획이 있다. 이 계획에 따라 74년 11월 겨울, 못의 물을 빼 내고 준설작업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이 준설작업이 시작되자 포크레인 삽날에 통일신라시대의 기와를 포함해 많은 유물들이 걸려 쏟아져 나왔다.

이에 놀란 경주사적관리사무소(지금은 없어짐)에서는 즉각 작업을 중단하고 준설작업 계획을 변경하여 먼저 발굴조사를 실시하게 되었다. 이렇게 되어 문화재관리국(현 문화재청)의 경주고적발굴조사단(현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주관으로 이듬해부터 고고학적인 학술발굴조사가 실시됐다.

작업에 많은 인부들이 동원되어 조사원들의 인부관리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심지어 인부들 가운데 점심도시락을 비우고 기와편이나 유물을 숨겨 가는 못된 자가 있어 작업이 완료된 후에는 빈 도시락 검사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기도 했다.

삽날에 걸려 나오는 것마다 통일신라시대 유물일 정도였으니 그런 일도 있었던 것이다. 어쨌든 안압지 준설작업 역시 유적 정비를 할 때 반드시 고고학적인 발굴조사가 선행돼야 함을 새삼 일깨워줬다.

발굴조사 결과 안압지는 동서 200m, 남북 180m의 방형구역에 직선과 곡선처리를 절묘하게 조화시켜 완성한 못으로 공중에서 보지 않으면 어느 곳에서 보아도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없게 설계되었다. 출토 유물 수량 만 해도 연대를 알 수 있는 글자 있는 전돌 등 3만여점에 달했다.

그런데 유물 가운데 시선을 끄는 것이 당시의 나무배이다. 국립경주박물관 내에 따로 마련된 안압지전시관에 들어서면 길이 6.2m에 이르는 통일신라시대의 나무배(木船)가 전시실 한가운데에 전시되어 있다. 모습을 보면 통나무 내부를 파내고 만든 형태지만 3조각을 부쳐 만든 특이한 배로 잔잔한 못에 띄어 놀이하기 위해 만든 목선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 목선은 75년 4월16일 뻘 속에 뒤집힌 상태로 발견되었다. 천년을 넘게 뻘 속에 묻혀 있었기 때문에 나무는 꼭 스펀지처럼 물렁했다. 이 때문에 나무배를 경주박물관으로 옮기는 일이 난감했다. 재질이 연약해져 장비를 사용할 수 없었고, 오로지 사람들이 달려들어 못 밖으로 들어내는 방법밖에 달리 없었다.

100여 일 동안 습기를 채우고 준비작업을 한 후 20여명의 인부가 달려들어 옮기는 도중 실수로 가운데가 부러져 두 동강이 나는 불상사가 일어나기도 했다. 우여곡절은 겪었지만 못 밖으로 옮기고 즉시 보존 처치를 시작해 9년여의 시간이 걸려 지금 모습으로 복원되었다. 지금까지 발견된 나무배 중에서 가장 오래된 신라의 나무배는 이렇게 해서 탄생된 것이다.

경기문화재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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