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신종플루가 확산되고 있다는 주장들이 잇따라 제기되는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이 8일 북한의 신종플루 치료를 위한 대북 지원 방침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북한에 최근 신종플루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있는 만큼 사실관계를 확인해 도와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인도적 차원에서 조건 없이 치료제를 지원해 주는 것이 좋겠다"며 "북한의 여건이 좋지 않아 급속하게 확산될 우려가 있는 만큼 긴급 지원이 이뤄지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북한에 치료약품을 지원하는 방안을 우선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지원이 이뤄지려면 북과 협의해야 하므로 대북 전통문 발송 등의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신종플루 발생 사실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이 대통령은 북한에서 신종플루가 확산되고 있다는 우리 정부의 판단에 따라 인도적 지원 의사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이날 미국 대통령 특사로 북한을 방문한 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특별대표 일행이 북한 당국자들과 신종플루 대책을 논의할지 주목된다.
정부는 일단 신종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를 북측에 지원할 방침이다. 정부는 현재 개성공단 내 북측 근로자들에게 제공하기 위한 1,000명분의 타미플루를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남측의 인도적 식량 지원을 거부하고 있는 북한이 이번에 타미플루 지원 제의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우리 정부는 지난 10월 하순 북한에 옥수수 1만톤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으나 북한은 지금까지 별다른 응답을 하지 않고 있다.
대북인권단체 '좋은벗들'은 7일자 소식지에서 "평양에서 7명의 청년층이 사망하는 등신종플루가 북한 곳곳에서 확산되고 있다"면서 "북한 교육성이 독감 확산을 막기 위해 방학을 한 달 앞당기기로 결정해 학교들이 4일 겨울방학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세계보건기구(WHO)도 북한에서 신종플루가 발생했는지 여부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 당국이 공식 확인하지 않았지만 여러 경로를 통해 들은 바에 따르면 북한에서 신종플루가 확산되는 추세인 것은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에서 화폐개혁 단행에 따른 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신종플루 확산설까지 나돌고 있어서 주민들의 심적 동요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염영남기자 liberty@hk.co.kr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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