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림이 첫 공연, 걱정했는데 괜찮더라~"
관록 있는 배우 이인철의 애드립이다. 뮤지컬 '헤어스프레이' 2막에는 주인공 트레이시의 아빠 역을 맡은 이인철과 엄마 문천식이 즉흥 만담을 나누는 장면이 있는데, 방송인 박경림의 공연이 한창 무르익자 그가 한 애드립이다.
말마따나 박경림의 트레이시는 합격점이었다. TV쇼로 데뷔해 주위의 편견을 딛고 큰 인기를 얻는 설정은 라디오 공개방송으로 데뷔한 박경림의 실제 모습과 흡사했다. 무모하리만큼 당당한 태도는 본래 그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한 듯 자연스러웠고, 다른 배우와의 파트너십도 훌륭했다. 그래서 다른 트레이시인 김민영, 권소현과 견줘도 연기 면에서 빠지지 않았다.
물론 노래는 예상대로 아쉬움이 남았다. 허스키한 목소리가 좀처럼 터질 줄 몰랐다. 저음은 마이크에 의존해 가사를 전달할 수 있었지만, 고음은 답답함을 불러일으켰다. 모녀 간 갈등을 재미있게 풀어낸 '엄마, 나도 이제 다 컸어' 넘버를 부를 때는 또래인 엠버, 페니와 가창력 면에서 두드러진 차이를 보였다.
그러나 '헤어스프레이'는 뮤지컬 코미디. 박경림은 관객에게 큰 웃음과 친근함을 선사한다는 점에서 두루 이점을 갖춘 인물이었다. 자신이 예전에 불렀던 노래 '착각의 늪'의 춤을, 이번 무대 안무에 넣어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지만 그의 진짜 힘은 열정에 있었다.
침대에서 깨어나는 첫 장면에서 첫 곡 '굿모닝 볼티모어'를 부르는 박경림은 행복 그 자체였다. 저절로 터져나오는 웃음을 꾹꾹 눌러가며 부르는 그의 노래는 음정과 성량에 관계 없이 긍정적 기운을 객석에 전파하기에 충분했다. 트레이시가 방해세력을 물리치고 TV쇼에서 인종화합을 이끌어내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그 내용과 박경림의 아름다운 도전이 겹쳐지며 코 끝이 찡해졌다.
예술성과 오락성을 모두 갖춘다면 좋겠지만, 뮤지컬은 여느 공연보다 대중적이란 점에서 오락성을 만족시키는 공연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것이다. 서울 양재동 한전아트센터, 내년 2월 7일까지. 1544-1555
김혜경 기자 thank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