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극동지역 캄차카반도에서 생선가공공장을 운영하는 바딤 보다니츠키씨에게는 복잡한 러시아 시간대가 사업에 큰 방해요소다. 캄차카 공장은 수도 모스크바보다 9시간이 빠르고, 블라디보스토크 사무실은 7시간 빠르다. 시차 개념이 없는 모스크바의 고객이 블라디보스토크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응답이 없으면 "근무시간에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것이 무엇보다 큰 일이다.
과거 소련 정부는 광대한 국토를 과시하려는 목적에서 영토를 총 11개 시간대로 나누었다. 중국이 중앙집권 강화를 위해 4, 5개 시간대로 나눠야 했음에도 전국적으로 베이징 표준시 하나만 고집하고 있는 것과 정반대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 정부는 지나치게 복잡한 시간대를 통합해 시간차를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7일 보도했다.
시간차 축소를 제안한 블라디보스토크 학술원회원 게너디 라자레프씨는 "우선 극동과 모스크바의 시차를 1시간 축소한 후, 극동지역 주민의 적응을 거쳐 1년 후 1시간 더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며, 추가로 1시간 더 축소하는 것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NYT에 말했다. 사실 지나치게 세분화한 시간대 탓에 러시아 극동지역 시간은 주변국과도 어긋난다. 블라디보스토크의 정오가 바로 국경 넘어 중국에서는 오전 10시다. 심지어 블리디보스토크 보다 동쪽에 위치한 일본 도쿄도 오전 11시다.
하지만 정부의 시간대 축소에 움직임에 대한 극동주민들의 반감도 적지 않다. 시차가 축소되면 해 뜨기 전 출근으로 건강을 해칠 것이라는 우려에서부터 독자적 시간대 유지에 대한 지방적 자부심도 무시 못한다.
이런 정서를 잘아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지난달 "러시아 경제 현대화를 위해 시간대 통합을 적극 고려하겠다"고 밝히면서도 "11개에 달하는 시간대는 러시아의 위대함을 나타내는 상징"이라는 전제를 다는 것을 잊지 않았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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