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코펜하겐 기후변화협약총회가 개막된 가운데 우리도 친환경차로서 클린 디젤 차량을 전략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클린 디젤은 그 동안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와 함께 4대 그린카로 꼽혀왔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디젤엔진이 대기환경 오염의 주범이라는 인식이 강해 미래 친환경 차로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클린 디젤은 기존 디젤 엔진에 촉매장치 등을 장착, 유럽에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고, 연비는 높은'친환경 차량'으로 이미 자리를 잡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리 정부가 사실상 전기차를 미래 자동차로 선언한 것에 대해 성급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어떤 방식의 친환경 차량을 육성할 것인지에 따라 자동차 관련 산업에 '혁명'에 가까울 정도로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왜 클린 디젤인가?
클린 디젤의 가장 큰 무기는 실용성이다. 7일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과 이명규 의원 주최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클린 디젤 글로벌 포럼'에서 독일 자동차 부품업체 보쉬의 웨르겐 게르하르트 수석부사장은 "전기자동차가 일반화되기까지 향후 20년간은 디젤 엔진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근거는 디젤 엔진에 대한 기술 진화가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디젤엔진은 최근 촉매장치와 정화장치, 터보차저 등 새로운 시스템을 장착,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낮추는 대신 연비를 높인 제품에 장착되고 있다.
올해 BMW와 푸조, 폴크스바겐 등 유럽 업체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기존 대비 20%이상 낮추고 연비는 리터당 20㎞이상 나오는 차량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석유자원의 효율 측면에서 국내에서도 디젤 엔진을 새로운 시각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정제 생산된 디젤은 국내 사용량이 적어 48%가 수출되는 반면 LPG는 소비량의 61%를 수입하는 실정이다. 오강현 대한석유협회 회장은 "석유자원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서는 향상된 디젤 엔진을 쓰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술우위별로 서로 다른 셈 법
클린 디젤은 상용화한 하이브리드차 보다 가격이 싸다. 또 충전소 등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비용이 드는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에 비하면'가장 가까운 친환경 차'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럽은 50% 가량이 디젤 차량이다.
클린 디젤을 앞세우는 유럽 업체들의 속내는 따로 있다. 가솔린 하이브리드차 기술이 도요타 등 일본 업체에 선점됐고, 전기차 역시 미국과 일본이 유럽 업체보다 앞서 있다는 현실 때문이다.
유럽 업체 입장에서는 클린 디젤이 유일한 대안일 수 밖에 없다. 특히, 유럽업체는 클린 디젤을 징검다리 삼아 이를 하이브리드 디젤로 연결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미 보쉬는 향후 5년 내에 ㎞당 70g이하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도 리터당 33㎞를 주행하는 클린 디젤을 내놓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고성능 디젤엔진에 소형 발전기와 충전용 배터리를 장착한 사실상의 하이브리드 디젤차량이다. 자동차 업계는 이 계획이 현실화할 경우, 하이브리드차와 클린 디젤과의 일전이 벌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리는 어떤 수준?
우리 나라의 경우, 클린 디젤 기술이 뒤쳐진 것이 현실이다. 디젤 승용차의 내수 점유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한다. 더구나 2007년 국가기술로 지정된 디젤 하이브리드 기술이 쌍용차의 기술 유출을 겪으며 첨단 디젤 기술이 사장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됐다.
그러나 9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기아차가 쏘렌토R 디젤 하이브리드를 전시, 유럽차 업체를 긴장시켰다. 현대차 관계자는"어떤 기술이 최후의 승자가 될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한 기술에 올인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클린 디젤 쪽에도 그동안 비밀을 유지한 채 연구개발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는 충전소 등 인프라 구축 때문에 현실화하기까지 적어도 10년 이상 걸릴 것"이라며 "관심을 소홀히 했던 클린 디젤에 대해 환경개선부담금을 면제하는 등 구체적인 진흥책이 나와야 할 때"라고 말했다.
송태희 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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