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소비층을 중심으로 '착한 소비'가 확산되고 있다. 우리가 한 잔에 3,000~4,000원을 주고 구입하는 테이크 아웃 커피 가격 중 실제로 커피 재배 농민에게 돌아가는 몫은 겨우 20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계적으로 '공정무역(Fair Trade)'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공정무역 운동은 저소득 빈민을 향한 무조건적인 시혜활동이 아니었다. 커피 재배 농민에게 적절한 보수가 돌아가야 한다는 인식은 다시 말하면 내가 지불한 돈이 적절하게 소비ㆍ분배되었는지까지 확인하겠다는 소비자 주권운동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녹색소비 바람이 불고 있다. 기후변화와 CO2 줄이기 운동 실천으로 신재생 에너지원들을 연결하여 저탄소에너지 세상을 만드는 '스마트그리드 사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다만 이 사업을 위해 실시간 전력정보를 측정하는 스마트미터기와 실시간으로 정보를 표시해주는 디스플레이어 설치비용, 전력정보 전송 통신비용 등 각종 부대비용이 발생하게 될 전망이다.
이 비용은 당장 전기요금에 반영되어 요금 인상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논의되고 있는 바에 따르면, 스마트그리드 도입을 계기로 우리나라의 전력산업에 공기업인 한국전력 이외에도 다양한 사업 주체들이 직접적으로 참여하게 될 예정이라고 한다.
물론 경쟁이 도입되어 더욱 선진적인 서비스를 제공받게 된다면 소비자 입장에서 이보다 더 반길 일은 없다. 다만 이윤추구를 목표로 하는 민간 사업자들의 진입으로 전력산업이 녹색성장 보다는 신시장 개척을 위한 시장 확대의 수단이 되거나, 통신사업과 같이 무분별한 경쟁으로 불필요한 요금인상 요인이 발생하게 되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되고 말 것이다.
전기는 서민 경제와 직결된 생활 필수재일뿐만 아니라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막대하다. 기업이익을 우선시할 경우 전력산업의 기본 구조가 흐트러지는 일이 발생한다면 그 여파가 얼마나 클지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물론 모든 성취에는 고통이 따르듯이, 우리 모두가 누리게 될 녹색미래를 위하여 소비자 역시 어느 정도의 고통 분담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어느 정도의 비용증가가 합리적이며, 누가 어떤 식으로 비용을 부담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소비자는 꼭 필요한 녹색 프리미엄은 기꺼이 지불할 용의가 있다. 하지만 단순한 경쟁구도 유지를 위해 유통단계를 증가시키고, 영업과열을 야기하는 식의 비용부담은 용인할 수 없다. 앞서 '착한 소비'를 언급했지만 확실한 것은 소비자는 조건 없이 착해지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소비자가 기꺼이 지갑을 열도록 하려면 프리미엄 가격의 설정은 합리적이어야 하며, 충분한 설득력이 있어야만 한다. 충분한 설득력을 통하여 소비자들의 동의와 협조를 구해야 한다. 소비자는 착하지 않다. 단지 똑똑하고 합리적일 뿐이다.
김자혜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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