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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현대차의 '반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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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현대차의 '반항'

입력
2009.12.08 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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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강성노조로 유명하다. 1987년부터 지난해까지 한 해만 빼고 '매년 총파업, 누적손실 11조4,654억원'이 이를 증명한다. 그 과정을 거치면서 노조의 힘도 막강해졌다. 전임자 수가 무려 217명. 조합원 203명당 1명 꼴로 유럽의 7배가 넘는다. 회사가 그들에게 주는 임금이 137억원으로 1년 조합비(103억원)보다 훨씬 많다. 같은 식구인 기아차도 비슷하다. 이따금 회사가"노조에 질질 끌려 다닌다"는 비난을 듣기도 했지만, 속사정이야 어떻든 20년 넘게 강성노조를 상대해온 현대차다. 그들만큼 한국의 노사현실을 잘 아는 사용자도 드물 것이다.

▦현대차는 이번 복수노조와 전임자임금 지급 협상에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누구보다 자신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노사정 협상에 반영해 주길 바랐다. 경총이야말로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해 재계가 만든 조직이자, 유일한 '협상 창구'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차가 보기에는 그게 아니었다. 정치적 행보에 집착하고, 특정 기업의 입장만 대변하는 듯했다. 3년 전, 경총이 막판에 한국노총에 '복수노조 허용과 전임자임금 지급금지 유예'에 합의해 준 기억까지 떠올랐다. 이런 경총이라면 우린 필요 없다. 다시 안 들어간다.

▦노사정이 합의한'타임오프제(근로시간면제)'에 대한 걱정도 크다. 남들은 현대차가 그토록 소망하던 전임자임금 지급금지의 꿈을 이뤘다고 할지 모르지만, 현실을 모르는 소리다. 그렇게 좋다면 왜 지난해 공익위원회가 제안했을 때 모두 반대했나.

유럽처럼 법으로 업무의 성격, 시간, 인원을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규정해 놓지 않으면 타임오프제가 사실상 전임자를 인정해주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설사 법을 그렇게 만들더라도 임단협 같은 민감하고 중요한 것을 위해 얼마든지 노사 야합, 편법운용이 가능하다. 정부가 일일이 찾아내기도 힘들다.

▦20여년 동안 강성노조에 시달렸던 현대차는 '노사 자율'을 좀처럼 믿지 않는다. 힘이 대등할 때의 말이지 노조의 힘이 우세한 현실에서는 곧 일방적 강요나 요구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와 국회가 민주화라는 허영에 사로잡혀 선심 쓰듯 대상과 범위를 노사 자율에 맡긴다면 타임오프제가 또 다른 노사분쟁의'화약고'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벌써부터 전임자와 근로시간 면제 상한시간을 놓고 노사정이 '동상이몽'하고 있는 것만 봐도 허풍은 아니다. 현대차의 '이유 있는 반항과 우려'를 흘려 들어서는 안 된다. 노사문제에서 현장경험보다 더 나은 스승은 없다.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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