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파주시 교하신도시 복합커뮤니티센터 건립공사 입찰을 둘러싸고 건설사와 공무원, 공기업 직원 등이 대거 연루된 '뇌물 사슬'의 실체가 드러났다. 소문으로 떠돌던 평가위원 대상 로비 실태가 확인됐지만, 경찰 수사는 건설사 직원들의 개인 비리를 파헤치는 선에 그쳤다.
경기경찰청 제2청은 총 공사비 590억원짜리 복합커뮤니티센터 턴키 공사를 따내기 위해 공무원과 평가위원들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혐의(뇌물공여 등)로 금호건설 팀장 홍모씨를 구속했다. 경찰은 또 8,000만원을 받고 평가위원 명단을 넘긴 파주시 공무원 김모씨, 평가위원으로 참여해 각각 4만달러와 2,000만원을 받은 환경관리공단 팀장 김모씨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 팀장 박모씨도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구속했다.
다만 홍씨와 같은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신청된 금호건설 상무 김모씨에 대해 법원은 "범죄사실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고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금호건설의 김씨와 홍씨는 모두 1억 6,000만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경찰은 김 상무의 지시를 받고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금호건설 직원 6명과 이를 받은 파주시 공무원 2명 등 12명을 뇌물수수·공여 혐의 등으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지난 8월 평가위원으로 참여한 서울 Y대 이모 교수가 금호건설 직원이 10만원권 상품권 100장을 건넸다고 폭로하며 거대한 '뇌물사슬' 의혹을 제기한 뒤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 조사결과 금호건설 직원들은 파주시 공무원과 미리 짜고 설계적격심의위원회가 열린 지난 7월17일 오전 4시10분께 담당 공무원이 노트북과 스마트폰을 이용해 무작위 추첨한 평가위원들과 전화 통화해 10명을 확정하는 과정을 고양시의 한 PC방에 앉아서 실시간으로 알아냈다. 이들이 통화 내용을 사실상 '원격 도청'하는 데는 한 통신업체 직원이 기술적인 도움을 줬다.
이렇게 빼낸 평가위원 명단은 금호건설 상무와 팀장에게 바로 전달됐고, 로비 자금을 마련해 대기중이던 직원들이 곧바로 평가위원들 집 앞으로 달려가 돈을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경찰은 이런 '007식 뇌물 작전'이 회사 차원에서 이뤄졌는지는 밝혀내지 못한 채 수사를 종결했다. 연루된 금호건설 직원들은 경찰에서 올해 2~6월 사이 서울ㆍ경기지역 현장소장 17명이 갹출한 판공비와 카드로 상품권을 구입한 뒤 할인 받은 돈 등으로 로비 자금을 마련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전체 로비자금 중 1억2,000만원 정도를 현장소장들이 만들었지만 이 자체를 불법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금호건설 압수수색 등을 통해 다각도로 수사했지만 로비가 본사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명확한 증거는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수사에서는 동부건설이 다른 공사를 따내기 위해 조달청 직원과 LH공사 직원, 대학 교수, 영관급 장교 등 평가위원 후보자나 군 관계자 25명에게 2∼3년간 향응을 제공하며 지속적으로 관리해 온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은 동부건설 직원과 평가위원 후보자 등 15명을 뇌물수수ㆍ공여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군인들은 군 수사기관에 이첩했다.
김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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