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서울 중구 정동으로 이전이 확정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새 청사 임대 예산 132억여원을 확보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평가원은 이달 3일 청사 이전 비용 132억6,600만원의 예산을 국회에 신청했다. 하지만 이 때는 이미 국회 정무위 예산소위 예산안 의결이 끝난 후였다. 정부는 4일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신청 수용을 읍소했지만 여야 의원들로부터 "주먹구구식 예산편성"이라는 질타만 들어야 했다.
삼청동 북악산 기슭에 자리잡은 평가원이 왜 졸지에 전세금도 구하지 못하는 처지가 됐을까. 사정은 이렇다. 정부는 지난달 기무사 부지와 그 옆에 있는 현 국군서울지구병원 부지에 국립현대미술관(서울관)을 건립키로 확정했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8월 경복궁~광화문~숭례문으로 이어지는 국가상징거리 조성사업을 위해 대통령 전용병원인 국군서울지구병원 이전을 약속한 데 따른 후속조치였다.
하지만 정부가 '국군서울지구병원은 대통령과 지근거리에 있어야 한다'는 이유로 인근 평가원에게 청사를 비우라고 하면서 일이 꼬였다. 평가원은 그 후 부랴부랴 대체 청사를 구해 20여일 만에 '초스피드'로 예산내역을 제출했다. 하지만 예산심사 기일을 놓친 지각 신청이었다.
더 큰 문제는 평가원이 2012년 충북 진천 혁신도시 이전이 예정돼 있는 기관이라는 점이다. 자유선진당 박상돈 의원은 정무위에서 "몇 년 후 지방으로 옮기는 기관을 위해 132억원의 예산을 들여야 할 필요가 있냐"고 질타했다. 정무위는 결국 "평가원 이전은 다른 부처 예산과 함께 이전계획 전체를 검토하라"는 의견을 달아 국회 예결특위로 공을 넘겼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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