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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서 하는 밴드' 전국투어 담은 '좋아서 만든 영화' 1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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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서 하는 밴드' 전국투어 담은 '좋아서 만든 영화' 17일 개봉

입력
2009.12.08 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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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서 하는 밴드'를 찍었더니 '좋아서 만든 영화'가 됐다. 앞의 것은 밴드 이름, 뒤의 것은 17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제목이다.

'짐을 풀면 무대가 된다'는 거리의 악사들. 어느 날 행인이 물었다."밴드 이름이 뭐예요?"" 저흰 그냥 좋아서 하는 건데요."그게 밴드 이름이 됐다. 멤버는 조준호(26ㆍ타악기ㆍ보컬), 손현(28ㆍ기타), 안복진(25ㆍ아코디언), 황수정(26ㆍ베이스). 길거리 공연을 한 지 2년, 이들은 이제 꽤 알려졌다. 솔직하고 유쾌한 이들의 노래에 많은 이들이 반했다. 4월에는 팬들이 모아준 돈으로 첫 싱글 음반 '신문 배달'을 냈고 최근에는 인디 뮤지션 발굴 프로그램인 EBS의 '헬로 루키'연말 결선에서 인기상을 받았다. 이들은 지금도 거리야말로 자신들의 진정한 무대라고 생각한다.

'좋아서 만든 영화'는 이들의 첫 전국 투어 여정을 담은 영화다. 감독은 고교 방송반 선후배 사이인 고달우(27), 김모모(28). 영화감독 장 뤽 고다르와, 미하엘 엔데의 소설 주인공 이름을 딴 예명이다.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했지만 영화만 해선 먹고 살기 힘들어 낮에는 샐러리맨으로, 밤에는 영화감독으로 이중생활을 한 끝에 영화를 내놨다.

지난해 여름 '좋아서 하는 밴드'는 제천한방축제에 초청을 받았다. 내친 김에 더 많은 관객을 만나보자고 전국 투어에 나서면서, 영상 기록을 남기면 좋겠다는 생각에 조준호가 아는 형 고달우에게 도움을 청했다. 3박 4일만 찍어달라고. 처음부터 영화를 만들 생각은 아니었는데, 한 넉 달 따라다니다 보니 이런저런 사건과 에피소드가 생겼고 밴드의 성장이 눈에 보이더란다. 고달우는 선배 김모모를 끌어들였다. 두 사람은 열아홉, 스무 살 때 함께 60분짜리 영화를 만든 적이 있다.'좋아서 하는 밴드'의 순수한 열정이 영화를 하고 싶다는 오랜 꿈에 불을 붙였다.

영화판 경험도 없이 영화가 좋아서 무작정 뛰어들다 보니 그야말로 맨 땅에 헤딩, 고달우는 "맨땅이 아니라 자갈밭"이라고 했다. 두 달간 하루 2시간도 못 자고 밤새 영화를 편집하느라 둘이 아침 밥을 먹다가 출근할 시간에 잠에 곯아떨어지기도 했다.

영화는 '좋아서 하는 밴드'의 1년을 담았다. 지방 투어에 끌고 간 중고차가 고속도로에서 고장 나 오도가도 못하는 난처함에 빠지고, 부산에서는 거리 공연을 하다가 구청 직원의 단속에 걸려 실랑이를 하면서 설움을 겪기도 하지만 음악이 좋아서, 사람이 좋아서, 신나게 노래하고 연주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관객들은 '아, 저렇게 살 수도 있구나' 하고 기운이 날 것 같다. 멤버 중 한 명이 탈퇴 선언을 하는 바람에 잠시 위기를 겪었지만 다시 의기투합,'좋아서 하는'밴드로 남아 있다. 멤버들은 그 마음이 변한다면 밴드 이름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좋아서 만든' 영화의 두 감독 생각도 마찬가지다. 두 사람은 "고교 시절 처음 만든 영화를 스크린이 없어 교실에서 TV 모니터로 보면서 감격했던 기억을 잊을 수 없다"며 "늙어서도 즐겁게 영화를 찍고 싶다"고 말한다. 이번 영화가 극장 스크린에 오래 걸리지 못하면, 빔 프로젝터와 DVD 들고 대학이나 기업을 돌며 게릴라 상영을 할 생각도 있다고 한다.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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