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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집 교수 특강 "4대강·세종시 집착 與野 모두 대안적 사고능력 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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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집 교수 특강 "4대강·세종시 집착 與野 모두 대안적 사고능력 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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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08 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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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바닥을 향한 경주'를 언제까지 계속해야 하는가?"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7일 연세대에서 '한국 민주주의, 어디에서 와 어디로 가고 있나?'를 주제로 특별 강연을 했다. 연세대 국가관리연구원이 마련한 강연으로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한국 사회가 위치한 정치ㆍ사회적 좌표를 생각하는 자리였다. 최 교수는 민주주의의 형식적 완성 '이후'에 관한 민주주의 담론을 선도해온 정치학자. 이날 강연도 외형 구축과는 별개로, 내면적으로 여전히 정(正)과 반(反)의 혼효(混淆) 속에 존재하는 한국 민주주의의 현실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화는 왜 '강력한 국가'를 연장했는가

최 교수는 2009년의 민주주의를 얘기하기에 앞서, 한국의 민주주의가 공고화한 일종의 '패턴'부터 설명했다. 핵심은 '노동 없는 정당체제의 지속'과 '국가의 환생'으로 요약된다. 그는 "이른바 87년 체제 이후 정당체제가 외양적으로는 변화했지만 내용적으로는 (구체제와) 높은 연속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파악했다. "중산층 이상의 사회계층은 두 주요 정당에 의해 중첩적으로 과다 대표되고, 중하층 이하는 과소 대표되고 있다"는 인식이다.

이는 투표 때마다 기승을 부리는 지역주의의 원인으로도 해석됐다. 최 교수는 "지역적 일체감이 투표 패턴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정당들이 사회경제적 차이를 대표하지 못한 결과 투표자로 하여금 지역적 일체감을 대안적 결정요인으로 택하게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당체제의 한계로 인한 이런 폐단이 현 정부 들어 대규모 지역개발 프로젝트와 결합하며 심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4대강 등) 경제자원이 지역적으로 분배될 때, 지역적 투표행위는 강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

최 교수는 6월 혁명과 외환위기 등 노동자가 자신을 대표할 정치세력을 만들 기회를 맞았음에도, 이처럼 구체제가 연장되고 만 원인을 노동ㆍ민중운동과 중산층적 시민운동의 분리에서 찾았다. "중산층이 민주화의 대의를 위해 봉기한 것은 맞지만 그들은 기본적으로 구체제 산업화의 수혜자"라는 것이 그의 시각이다. 최 교수는 "중산층의 이익이 국가 또는 사회 전체의 이익과 병행하는 동안, 사회적 약자의 구조화는 용산참사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공격이나 억압의 대상이 되고 만다"고 강조했다.

구체제의 연장은 결국 '국가는 강력한 존재'라는 인식의 연장으로 이어졌다. 최 교수는 "민주화가 국가의 구조나 작동방식에 대한 시민의 태도에 큰 변화를 가져오지 못했다"며 "이런 인식은 신자유주의적 성장 정책을 과격하게 추진하는 동안에도 축소되거나 약화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2009년 한국, 견제되지 않는 권력과 약해지는 시민

외형적 측면에서 민주주의의 공고화는, 동시에 시민사회의 탈운동화를 야기했다. 반면 보수적 사회운동은 뚜렷하게 활성화했다. 최 교수는 "'권위주의 국가에 반하는 시민사회'로부터 '시민사회 대 시민사회'로 변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흐름의 결과 가운데 사회적 제약의 주체로서 재벌의 위상 변화에 주목했다. "재벌은 민주주의 이행과정보다 공고화 이후, 민주주의가 일상적으로 시행되는 과정에서 더 뚜렷이 제약적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약해진 시민사회는 강력한 대통령의 존재를 여전히 떠안고 가야 하는 현실과 이어지는데, 최 교수는 이 과정에서 시민이 동원의 대상으로 전락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5년 단임의 강력한 대통령은 '나는 역사에 무엇을 남겼는가'라는 질문에 속박돼 '방대함과 급진성을 특징으로 하는 개혁'을 추진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세종시 구조 변화, 4대강 개발 프로젝트 등 '온 나라를 자신의 이미지에 맞도록 개조하려는 욕망' 앞에 지금의 시민사회는 너무 약한 존재라는 것이다.

최 교수는 촛불시위나 조문정국 등에서 직접적으로 표출된 시민의 분노도 '저항의 수단이 다만 운동 이외에는 존재하지 않는 환경'에서 나온 것으로 파악하고 궁극적으로는 정당정치의 활성화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당보다 운동의 의미를 강조하다 보면 "항상적 참여의 채널을 발전시키는 데 대한 관심을 흐리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시각이다. '노동자, 서민 대중이 가장 적은 비용으로 정치에 참여하는 제도적 채널'은 결국 자신들을 대변하는 정당일 수밖에 없다고 최 교수는 거듭 강조했다.

최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4대강 사업과 세종시 고수에 각각 집착하는 여야를 모두 비판했다. "왜 막대한 공적비용을 토목 건설과 연관한 프로젝트에 투자해야 하고, 왜 경제 자원을 수직적으로 분산하는 방법만으로 모든 사회적 자원의 중앙집중을 해소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것. 최 교수는 "좁은 이념적 스펙트럼 안에서 경쟁하는 두 정당은 대안적 가치를 사고할 지적 능력을 상실한 것처럼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보수와 진보가 모두 조직화한 틀 안으로 들어와 스스로의 이익과 가치를 추구할 틀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강연을 끝맺었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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