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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2009년은 문학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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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2009년은 문학의 해?

입력
2009.12.08 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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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뉴스의 계절이 돌아온 모양이다. '장자연 리스트'부터 '루저 발언'까지를 꼽은 2009년 연예계 10대 뉴스 리스트가 인터넷에 보인다. 각종 10대 뉴스가 쏟아질 때도 됐다. 7일 배달돼온 출판 전문지 '기획회의'는 2009년 출판계 10대 뉴스를 선정했다. "올해 언론 칼럼에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소통'일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불통공화국'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지역 세대 언론 학교 등 어디서나 마찬가지다"라고 전제한 이 잡지는 10대 뉴스의 첫번째 자리에 '소통을 꿈꾸다'를 놓았다. 그리고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 를 '가족 간의 불통'을 상징한다며 그 대표적 예로 들었다.

이 잡지가 10대 뉴스 제2위로 선정한 것은 '소설의 이야기성에 빠지다'였다. "위기의 시대엔 언제나 문학의 이야기성이 주목받는다. IMF구제금융 직후에 그랬듯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부터 올 한 해 소설이 강세를 띠었다… 지독한 현실에 지친 이들을 위로해준 것은 오로지 서사가 있는 이야기였다"는 분석이었다. 이 잡지는 출판유통사 송인서적의 베스트셀러 50위권에 소설이 23종, 에세이가 14종으로 문학작품이 3분의 2를 차지할 정도로 강세였다며 "작년까지만 해도 절반쯤 차지하던 자기계발서 류는 8종에 불과해 완전 추락했다는 것이 확인된다"고 덧붙였다.

이날 인터넷서점 YES24가 발표한 '2009 베스트셀러 및 출판 트렌드 분석'도 같은 결론을 냈다. 이 분석에 따르면 올해 베스트셀러 100위 안에 든 문학 책은 41권으로 지난해 25권, 2007년 22권보다 크게 늘어났다. 판매량도 국내문학이 지난해 대비 40%, 해외문학도 35%나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역시 팍팍한 삶과 불황, 암울한 현실에 지친 사람들을 위로하고 희망을 준 것이 문학 책이 인기를 끈 이유로 지적됐다. 그리고 경영경제서와 자기계발서의 인기가 시들했던 데 반해 늘 비인기 분야였던 인문학 책들의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30% 늘어났다며 '기획회의'와 비슷한 비교분석을 내놓았다.

국내 출판계 오프라인ㆍ온라인 쪽의 대표적 전문 매체들이 공통적으로 꼽은 2009년 톱 뉴스는 그러니 한 마디로 문학에의 귀환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 몇 년 너도 나도 부자되기, 펀드투자, 스펙쌓기, 처세달인, 네트워킹 등등을 인생의 화두로 잡고 관련서적 열심히 읽으며 살았지만 발버둥쳐봐야 안 되고 그래도 고달픈 인생 달래주는 건 문학밖에 없더라, 이런 이야기다. 그러나 집 나갔던 탕아처럼,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을 돌다 거울 앞에 앉은 누님처럼, 한동안 자신을 내팽개쳤다가 그래도 너밖에 없더라며 돌아온 독자들에게 문학은 과연 위로가 될까? 희망을 줄까?

오히려 그럴 때 문학은 타락할지 모른다. 독자들이 없는 문학보다 독자들에게 영합하는 문학이 더 서글프기 때문이다. "읽어야 할 문학작품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지만 어느 순간부터 작가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 자체가 삶의 깊이를 탐구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의 잔재미에 빠져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게 됐고, 그런 작품을 쓰는 자기 자신을 의식하고 반성하는, 부끄러워하는 작가는 없을까 질문하게 됐다." 문학평론가 김치수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지난 주 열린 한국일보문학상 시상식에서 '대중주의 소설이 가져올 문학의 타락'을 우려하며 한 말이다. 단지 위로나 도피를 위해 문학을 찾을 때 문학도 독자도 타락할 것이다. 그리고 현실은 더 암울해질 것이다. 2009년이 문학의 해였다는 것이 반갑지만은 않은 이유다.

하종오 문화부장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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