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작부터 멕시코에는 성탄절이 시작되었다. 멕시코시티에 도착한 건 12월이 되려면 한 주도 더 남은 월요일이었다. 시내 한복판에서 거대한 구조물과 마주쳤다. 그 거대함에 놀란 일행이 차 밖으로 고개를 뺐다. "무슨 기념탑입니까?" 그 끝이 얼마나 높은지 차 안에서는 그 끝을 볼 수도 없었다. 그것은 어마어마하게 큰 크리스마스 트리였다.
작년에는 브라질에 그 자리를 내주었지만 올해는 세계에서 가장 큰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 예정이라고 했다. 크리스마스 꽃인 포인세티아가 거리를 붉게 수놓았고 트리 장신구 가게마다 사람들로 복작였다. 과달라하라로 건너와 할리스꼬에 늘어선 건물들을 본 뒤에야 그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거리에 서서는 알 수 없지만 그곳의 건물들은 십자가형으로 배열되어 있다. 위에 계신 신에게 보이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며칠 지난 사이 성탄절 축제는 절정에 달한 듯했다. 쇼핑가에는 하늘을 찌를 듯한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가 서고 스페인어 캐럴송이 울려퍼졌다.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무료로 나눠주는 행사에 줄이 끝간 데 없이 늘어섰다. 성탄절까지 한 달여의 시간이 축제 분위기로 지나간다. …보시기에 좋았더라. 문득 성경의 그 구절이 떠올랐는데 누군가 내 옆구리를 톡톡 쳤다. 한 소년이 내게 손을 내밀고 서 있었다. 거절하기 쉽지 않은 검은 눈동자였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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