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업체에게 재하도급을 받은 건설 근로자들의 보험료를 업체가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건설현장의 실상을 재판부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서울고법 행정6부(부장 황찬현)는 건설현장에 1개월 이상 고용된 근로자 463명에 대한 보험료를 부과 받은 A건설이 “보험료 2억1,300여만원 부과처분은 위법하다”며 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심을 뒤집고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7일 밝혔다. 유사소송 3건에 대해 하급심 판단이 엇갈려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주목된다.
소송의 쟁점은 건설현장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시공참여자(독립십장)를 하도급업체에 직접 고용된 근로자로 볼 수 있는지 여부다.
1심은 이들 463명이 하도급업체 A건설로부터 재하도급을 받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시공참여자들은 따로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았고, A건설이 이들에 대한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해 세무서에 납부한 사실을 근거로 직접 고용관계를 인정했다.
반면 항소심은 “시공참여자들이 따로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A사가 이들의 근로내역확인신고서를 작성하고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한 것”이라며 “A업체가 이들에 대한 노무비를 인건비 항목으로 회계처리한 사실만으로 고용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공단은 “사회 정의에 어긋난 것”이라며 항소심 판결에 의문을 표시했다. 공단 관계자는 “세무서에는 직원으로 신고해 놓고, 보험료 50%에 대한 회사 지원을 회피하고자 이들 근로자를 직장가입자가 아닌 지역가입자로 만들어 버렸다”고 주장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박주민 변호사는 “항소심이 편견을 가지고 사실관계를 재구성한 것”이라며 “근로자 권익보호 측면에서 아쉬운 판결”이라고 말했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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