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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회 한국출판문화상/ 5개 부문 805종 출품…올 출판 큰 흐름은 '소통의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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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회 한국출판문화상/ 5개 부문 805종 출품…올 출판 큰 흐름은 '소통의 글쓰기'

입력
2009.12.06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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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뽑힌 것을 結果的으로 보면 全集類 全書類가 많으나 이것은 近來 우리나라의 出版界의 所謂 全集부움이라는 現象의 結果라고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한국일보 1960년 10월 23일자)

사회ㆍ역사학자 고 이상백(1904~1966) 선생이 쓴 제1회 한국출판문화상 심사평의 일부다. 지난 반 세기 동안 한국출판문화상 출품 도서를 심사하는 풍경은 바심질을 막 끝낸 알곡의 여물고 선 정도를 가늠하는 방앗간의 모습과 흡사했다. 우리 출판계의 한 해 소출을 놓고 이런저런 타박도 나오고, 꽉 여문 책엔 상찬이 쏟아졌다.

지난달 30일 열린 제50회 한국출판문화상 예심에서도 같은 풍경이 연출됐다. 예정 시간을 훌쩍 넘기며 토론을 거듭한 심사위원들은 805종의 출품 도서 가운데 49종을 본심에 오를 후보작으로 추렸다.

805종의 출품 도서는 부문별로 저술(학술) 213종, 저술(교양) 179종, 번역 157종, 편집 91종, 어린이ㆍ청소년 165종이었다. 이 중 저술(학술), 저술(교양), 번역, 편집 부문에서 각각 10종의 책이 본심에 오를 후보작으로 선정됐고, 어린이ㆍ청소년 부문에서는 9종의 책이 뽑혔다.

출품된 책을 살피는 심사위원들의 목소리엔 희망보다 걱정이 무겁게 밴 것이 사실이었다. 도대체 읽을 만한 것이 없다, 뭣하러 이런 책까지 내는지 모르겠다는 격한 비판도 몇 차례 반복됐다. 불황과 출판계 양극화 속에 의미있는 책의 출간이 줄고 상업주의에 물든 책이 봇물을 이루는 근래 한국 출판계의 현상에 대한 비판이기도 했다. 그래도 긍정적인 흐름을 짚는 이야기가 적지않게 오갔는데 그 흐름은 '소통'이라는 키워드로 수렴됐다.

심사위원들이 긍정적 흐름으로 꼽은 가장 큰 변화는 각 분야의 전문 연구자들이 소통을 위한 글쓰기를 활발히 하고 있다는 것. 불과 한두 해 전까지만 해도 대중교양서 출간에 무관심한 것이 우리 학계의 대표적 병폐로 지적되곤 했다. 한 심사위원은 "외국의 경우 세계적 기호학자 움베르토 에코가 소설을 쓰기도 하는데, 한국 학계에서는 대중서를 쓴다고 하면 '공부 안 하고 논다'는 보수적 시각이 있었다"며 "이런 폐쇄성에서 탈피해 '이너 서클'의 담론이 대중에게까지 흘러가는 현상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런 대중서들이 완성도 측면에서는 부족함이 많다는 지적도 나왔다. 심사위원들은 올해 번역된 로렌스 라이트의 <문명전쟁: 알 카에다에서 9ㆍ11까지> (다른 발행)를 예로 들며 "6년에 걸쳐 2,000여명을 인터뷰해 분석한 9ㆍ11 이후의 세계를 400쪽에 압축해 썼는데, 우리 연구자들에게 이런 밀도를 갖춘 작품을 기대하는 것은 아직 이른 것 같다"고 말했다. 책 한 권을 집필해봐야 유명 학술지에 논문 한 편 싣는 것보다 훨씬 못한 경제적 대가가 돌아오는 현실도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로 지적됐다.

창작물의 신선도가 떨어지는 것도 심사위원들의 입길에 올랐다. 어린이ㆍ청소년 분야의 경우 "예전부터 반복한 역사 이야기, 통과의례로서 가출을 경험하는 성장 이야기 등 일색"이라는 것이 중론이었다. 한국의 현실과 관련되는 주제를 고르는 능력은 향상되고 있지만 그것을 합당한 문제의식과 결부시키는 능력, 숙성된 인문적 사유의 틀로 주조하는 능력은 여전히 보완해야 할 점으로 지적됐다.

제50회 한국출판문화상 최종 수상자와 수상 도서는 18일(금)자 한국일보에 발표될 예정이다.

●제50회 한국출판문화상 예심 심사위원

홍윤기(동국대 철학과 교수)

남경태(번역가)

강무홍(동화작가)

주일우(문지문화원 사이 기획실장)

최성일(출판평론가)

제50회 한국출판문화상 본심에 올릴 후보작들을 고르기 위해 토론하고 있는 예심 심사위원들. 왼쪽부터 주일우, 남경태, 홍윤기, 강무홍, 최성일씨.

김주성기자 poem@hk.co.kr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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