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핵심인사들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곽영욱(69ㆍ구속기소) 전 대한통운 사장이 현 정권 유력인사들에게도 유임 로비를 한 정황이 포착돼 검찰이 수사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6일 사정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권오성)는 곽씨가 지난해 초 한국남동발전 사장 재직 시절 주위 인사들에게 "현 정권 장관급 고위 인사인 A씨에게 부탁해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유임하기로 돼 있다"는 발언을 수 차례 한 정황을 확인,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특히 곽씨가 실제로 정권 교체 이후에도 유임됐던 사실에 주목, 곽씨를 상대로 A씨 등에게 인사청탁을 했는지 집중 조사하고 있다. 곽씨는 이에 대한 답변을 회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곽씨는 참여정부 때인 2007년 4월 한국전력 자회사인 남동발전 사장에 임명됐으며 정권 교체 이후에도 유임됐다가 2008년 9월 사직서를 제출하는 형식으로 퇴임했다. 사정당국의 한 관계자는 "당시 곽씨가 A씨 등에 대한 로비 사실을 떠벌리고 다닌 사실이 한 사정기관에 포착됐다"며 "뒤늦게 이 내용이 문제가 돼 곽씨가 사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곽씨가 충청권 유력인사들의 친목 모임에 적극 참석하면서 같은 충청권출신으로 이 모임 멤버인 A씨에게 로비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곽씨는 이 모임에 빠짐없이 참석했을 정도로 활동에 적극적이었으며, 현 정권 출범 이후 A씨가 참석한 정례 모임을 후원하기도 했다. 검찰은 곽씨가 지난 정권 실세들을 상대로 인사 청탁을 벌인 정황에 비추어, 현 정권에서도 유임 로비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곽씨를 추궁하고 있다. 검찰은 유임 로비 사실이 밝혀질 경우 A씨 등을 상대로 금품 수수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
한편, 검찰은 "한명숙 전 총리에게 5만 달러를 건넸다"는 곽씨의 진술에 따라 한 전 총리를 조만간 소환해 사실여부를 확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곽씨가 참여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낸 J씨와 K씨에게 인사청탁 대가로 금품을 줬다는 진술에 대해서도 확인하고 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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