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우리나라는 수출이 먹여 살린다'는 말을 종종 듣곤 합니다. 그만큼 우리 경제에 수출을 비롯한 무역이 중요하다는 뜻이겠죠. 정부도 매년 무역의 날(11월30일)을 정해 기념하고 있을 정도니까요.
얼마 전에는 지난해 우리 경제의 무역의존도가 90%를 넘었다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무역이 중요하다면서 너무 높으면 위험하다니 무슨 뜻일까요? 오늘은 무역의존도를 둘러싼 궁금증을 풀어보겠습니다.
A. 무역의존도가 높으면 안 좋은 건가요?
무역의존도는 한 나라 경제에서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하는 말입니다. 보통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수출입 총액의 비율로 계산됩니다. 즉, 수출과 수입의 총액을 GDP로 나눈 비율에 100을 곱해서 퍼센트로 표현한 값입니다.
무역의존도는 일반적으로 경제가 발전하면 따라서 높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늘 무역이 안정적으로 늘어나기만 한다면 경제에도 나쁠 이유가 없겠죠.
하지만 무역은 한 나라 자체의 의지와 달리, 해외의 경기변동 및 지정학적 사정에 따라서 크게 늘었다 줄었다 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무역의존도가 높다는 것은, 한 나라의 경제가 해외 경제 사정에 많이 의존하게 됨으로써 그 만큼 그 나라 경제의 안정성이 낮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바로 가까운 예가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 때였습니다. 세계 경제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우리 경제는 다른 나라보다 더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우리나라에 투자했던 외국인들이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세계 경제 위축에 악영향을 더 크게 받을 것으로 보고 투자금을 대거 회수해 나가면서, 주가는 크게 떨어지고 환율은 치솟았습니다. 한 때는 달러 부족으로 국가 부도 우려까지 나올 정도였죠.
이처럼 높은 무역의존도는 대외 충격이 왔을 때 우리나라 경제의 변동성을 높여 경제 전체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무역의존도가 남들보다 높은 편인가요?
정부는 지난해 우리나라의 무역의존도가 92.3%로, 사상 처음으로 90%를 넘었다고 발표했습니다.수출과 수입액의 합이 GDP의 10분의9, 그러니까 국내총생산액과 거의 비슷한 수준까지 늘었다는 얘깁니다.
1990년대 중반까지 40%대에 머물던 우리나라의 무역의존도는 이후로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2000년 60%대까지 상승했습니다. 2000년대 들어 잠시 감소추세로 전환되는 듯 했으나 다시 상승해서 작년에 처음으로 90%를 넘었습니다.
길게 보면 우리나라가 경제성장을 하면서 무역의존도도 함께 증가하는 추세지만 작년에 특히 급등 현상이 나타난 셈입니다. 그럼 작년 무역의존도는 왜 급증했을까요? 여기에는 환율 급등의 영향이 컸습니다.
원ㆍ달러 환율이 크게 오르면서 달러로 환산하는 우리나라의 GDP 규모가 줄어든 반면, 국제유가가 대폭 뛴 영향으로 수입액과 수출액이 모두 늘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GDP는 2007년에 비해 10% 이상 줄었지만 수출은 13.6%, 수입은 22.0% 늘어 났답니다. 무역의존도를 산출하는 공식 '(수출+수입)/경상 GDP'에서 분모는 감소하고 분자는 증가하니 전체적으로 무역의존도 수치가 크게 증가했던 것입니다. 정부는 환율 상승 효과 만으로도 무역의존도가 14.5%포인트 가량 오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선진국들의 무역의존도는 어떨까요? 일본의 무역의존도는 1990년대 10%대를 유지하다가 그 이후로 차츰 증가하여 2003년에 처음으로 20%대를 넘어섰습니다. 그 이후로 꾸준히 증가해서 2008년 30% 초반으로 완만하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무역의존도도 일본과 비슷한 움직임을 보입니다. 2004년 처음으로 20%대를 넘어섰지만 일본보다 더 완만한 증가세를 나타내며 2008년에도 여전히 20%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두 나라의무역의존도 수치가 완만한 증가세를 나타내는 이유는 이들 국가들의 수출과 내수가 비교적 균형을 이루며 경제가 성장해 왔기 때문입니다.
반면, 중국의 무역의존도는 가파른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1990년대 30%대에 머무르던 무역의존도가 2003년에는 50%를 넘어설 정도로 속도가 빠릅니다.
종합해 보면, 중국과 한국의 무역의존도는 경제성장과 더불어 매우 가파른 상승을 지속적으로 해왔으나 일본과 미국은 상대적으로 매우 완만한 상승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무역의존도는 중국, 미국, 일본에 비해 수치나 증가율 면에서도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어 최근 무역의존도 심화에 따른 문제점 및 개선방안이 논란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무역의존도가 왜 높은 건가요?
우리나라 무역의존도가 높은 데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우리 수출구조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수입 의존적 수출품 생산구조'를 들 수 있는데요.
이는 쉽게 말해 우리나라가 주요 수출품을 생산할 때 그 생산에 들어가는 중간재 및 관련 주요부품을 상당부분 수입해 쓴다는 얘깁니다. 중간재 및 관련 주요부품의 국산화율이 매우 낮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중간재 등의 수입 비중이 높으면 수출이 아무리 증가해도 수출에 필요한 원자재 및 중간재가 같이 증가해서 실속이 없겠죠? 특히 우리나라는 주요 수출품 생산에 꼭 필요한 중간재 및 관련부품을 일본으로부터 많이 수입하고 있습니다.
우리 전체 수출에 필요한 중간재 등을 일본에서 조달하다 보니 수출이 늘어날수록 대일 무역적자는 커지는 구조인 것입니다. 그래서 "만성적인 대일 무역적자가 문제"라고 늘 말은 하면서도 쉽게 고치지 못하고 있는 거죠.
수출은 한국이 하고 실속은 일본이 챙기는 악순환을 끊으려면 우리 스스로 중간재 등을 생산할 기술을 갖춰야 하는데 하루아침에 원천기술이 생기지 않으니 장기적이고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하겠습니다.
무역의존도를 낮추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무역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소비와 투자 등의 확대를 통하여 우리나라 경제에서 내수가 차지하는 비중을 늘려야 합니다.
즉, 가계에서는 소비를 증가시키고 기업에서는 투자를 확대하여 국내에서의 수요를 증가시켜야 한다는 것인데, 기업이 투자를 늘리면 이에 따른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고 가계는 새로운 일자리로 인한 소득으로 소비를 늘려 내수 비중을 확대할 수 있는 것입니다.
또 앞에서 말한 수입 의존적 수출품 생산구조도 바꾸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부품소재산업(풀어읽는 키워드 참조)을 활성화 시켜서 우리나라 수출품의 중간재 및 관련주요 소재 부품의 국산화율을 높이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품 생산에 한국에서 생산된 중간재나 부품을 사용함으로써 우리나라는 보다 실속 있는 수출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부품소재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장기간에 걸친 끊임없는 연구개발 및 설비투자가 뒷받침 되어 부품소재 산업의 핵심기술 개발이 필요합니다.
■ 풀어읽는 키워드
●부품소재산업이란
최종 완성제품을 만드는데 바탕이 되는 재료 또는 부품을 만드는 산업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PDP 제품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인 편광판 필름을 생산하는 산업이 부품소재산업이라 할 수 있죠. 부품소재산업은 생산 및 고용효과와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커서 국가 경제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답니다.
●국내총생산(GDP)이란
일정기간 동안에 한 나라에서 생산된 모든 최종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를 나타냅니다. 보통 1년 동안에 국내에 있는 노동, 자본 등 모든 생산요소를 결합하여 생산해낸 최종생산물의 합을 시장가치로 나타낸 생산활동 지표입니다. 참고로 무역의존도에 영향을 끼치는 수입은 해외에서 생산된 가치이기 때문에 GDP에 직접적으로 기여하지 않습니다.
현대경제연구원 김민정 연구위원
■ 다른 나라들의 무역의존도… 싱가포르 360% 인도·호주 30%대
최근 기획재정부는 전세계 국가별 무역의존도 현황을 발표했습니다. 한국의 지난해 무역 의존도는 93개 조사 대상국 중 11위로 상당히 높은 편이었습니다.
무역 의존도가 가장 높은 국가(또는 지역)는 싱가포르와 홍콩으로 각각 361.7%와 348.4%에 달했습니다. 이들은 사실상 '도시국가'로서 무역중개비중이 높은 것이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벨기에(188.3%), 말레이시아(168.5%), 슬로바키아(152.7%), 헝가리(138.2%), 체코(133.0%), 태국(128.7%), 대만(126.8%), 네덜란드(118.4%), 한국(92.3%), 코스타리카(84.0%) 순이었다. 아시아 지역만 놓고 보면 한국은 싱가포르, 홍콩, 말레이시아, 태국, 대만에 이어 6번째로 무역 의존도가 심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무역 의존도 상위권에 오른 국가들은 대부분 지난해 글로벌 경제위기 당시 경제가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급격한 세계 수요 감소로 무역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이 가장 먼저 희생양이 됐던 셈이죠.
반면, 무역 의존도가 낮은 주요 국가는 일본(31.6%), 인도(37.7%), 호주(39.1%), 영국(41.2%), 스페인(43.3%), 프랑스(46.0%), 러시아(47.0%) 등 대체로 인구가 많고 내수 시장이 발달된 나라들이었습니다.
세계 제일의 폐쇄국가로 꼽히는 북한의 무역 사정은 어떨까요. KOTRA에 따르면, 북한의 지난해 대외 무역금액(남북교역 제외)은 중국과의 교역량이 크게 늘어남에 따라 1991년 이후 가장 많은 38억2,000만달러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전체 무역 가운데 대중국 무역의존도가 73.0%로 절대적이었는데요. 이는 2007년보다 5.9%포인트 높아진 수치입니다.
중국에 이어서는 싱가포르, 인도, 러시아, 브라질 등의 순으로 무역규모가 큰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싱가포르와의 무역액은 1억2,036만 달러로 2007년에 비해 116.1%나 증가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인도, 브라질 등과의 무역규모는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었고 러시아와의 무역액은 4,908만 달러 가량 줄었습니다.
미국과 일본의 지속적인 대북제재로 북한의 대미 및 대일 수출은 전년에 이어 2008년에도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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