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자존심을 구겼던 국내 조선업계가 11월에 다시 세계 1위(신규 선박주문 기준) 자리를 탈환했다. 저가 주문 공세를 퍼붓는 중국에게 1위를 내준 지 7개월 만이다. STX조선해양과 SPP조선 등이 수주 가뭄으로 고생하는 '형들'(현대ㆍ대우ㆍ삼성)의 빈 자리를 채워준 덕분이다.
#. 최근 대우조선의 러시아 국영 조선소 현대화 사업 진출을 계기로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빅3'모두가 러시아 조선소와의 협력사업에 진출하게 됐다. 합작을 통해 국내 기술을 러시아에 전수하는 동시에, 유전 개발 관련한 특수선 등의 수주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조선업계가 다각화로 승부하고 있다. 경기에 민감한 컨테이너선 등 '전통 선박' 대신에 특수선 수주에 몰두하는 데가 있는가 하면, 풍력발전 분야에 초점을 둬 해외에 풍력발전기 제조공장을 세우려는 조선소도 있다. 불황 극복을 위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바뀌고 있는 것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다각화가 잘 된 기업은 현대중공업이다. 사업 부문별로 특화 전략을 잘 펴고 있는 현대중공업은 최근 변압기와 풍력발전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달 말 남아프리카공화국로부터 2억5,000만달러 규모의 초고압 변압기를 수주한 현대중공업은 쿠바에서는 이미 자사 변압기가 지폐 도안에 쓰일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그간 준비한 풍력발전도 결실을 맺고 있다. 10월 초 미국 풍력발전업체에 1.65㎿급 풍력발전기 6기를 첫 공급한 것을 비롯해 지난달에는 한국남부발전 등과 공동으로 태백에 풍력발전단지를 착공했다.
대우조선해양은 풍력발전 사업을 선박에 접목시켰다. 이달 초 수주한 선박은 심해에서 원유를 시추하는 드릴십 형태인데, 주문자 요구로 건조되는 세계 최초의 풍력발전기 설치선이다. 기존에 바지선(자체 동력이 없는 구조물)을 이용했을 때보다 설치시간과 효율 면에서 장점이 탁월하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삼성중공업은 전통 크루즈선과는 다른 '아파트형 크루즈선' 건조에 나섰다. 지난달 말 미국업체로부터 수주한 크루즈선은 배에서 장기휴양을 원하는 고객을 위해 자사의 주상복합건물 건축과 선박 건조 기술을 접목시킨 게 특징. 회사에서는 제대로만 만들면 기존 크루즈선 시장에서 큰 변화를 몰고 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거는 기대가 크다.
STX조선해양은 STX유럽과 STX다롄조선해양기지의 안정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크루즈선과 군함 등 특수선에 우위를 가진 유럽 조선소와 선박 일관생산체제를 갖춘 중국 조선소가 국내 본사와 '삼각 구도'를 통해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유지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운경기 침체 장기화로 선박시장이 직격탄을 맞고 있어 국내 조선소들이 다각화 전략을 발빠르게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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