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핵심 쟁점이 마침내 풀렸다. 노사정이 어제 실무회담에서 복수노조허용은 2년 반 유예하고 전임자임금은 6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쳐 내년 7월부터'타임오프(근로시간 면제)제'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끝까지 타협의 자세를 버리지 않고 서로 한 발씩 양보한 결과다.
한나라당의 당론이 막판 변수이긴 하지만, "우선적으로 노사정 합의안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이변이 없는 한 두 문제에 관한 큰 틀은 정해진 셈이다. 복수노조 일정기간 유예는 정책 공조를 맺은 한나라당의 중재안이기도 하다. 종업원 규모에 따라 전임자임금 지급을 금지하는 대신 노무관리적 성격의 일만을 근무시간으로 인정하는 '타임오프제'도입도 뜬금없는 것이 아니다. 지난해 7월 노사관계 선진화위원회가 제안한 제도다.
적어도 모양새로는 노사정 모두'윈-윈'했다. 1월부터 시행이라는 당초 방침과 어긋나게 됐지만 이명박 정부로서는 임기 안에 복수노조 허용을 시행한다는 명분을 얻었다. 사용자측 대표인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도 당분간 복수노조 허용에 따른 노사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고, 타임오프제로 전임자임금 지급의 '원칙적' 금지를 관철했다. 한국노총 역시 적어도 노조 활동을 위한 재정지원만은 보장받았다는 점에서 절반은 성공했다.
그러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결코 아니다. 후유증과 반발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진정한 노사정 '합의'가 아니라 냉정하게 보면 한나라당과 정책 연대를 하고 있는 한국노총과 특정 기업의 입장만 대변한 듯한 경총, 당의 압력에'억지춘향'으로 나선 정부간의 합의라는 인상이 짙다.'야합''사실상 포기'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이 경총을 탈퇴하는 등 사ㆍ사갈등까지 불거졌다.
제도의 실효성도 의문이다. 현대차그룹의 지적처럼 노조전임자가 없는 유럽과 달리 노조전임자가 있고, 강성노조가 버티고 있는 현실에서는 타임오프제는 사실상 무용지물에 불과할 수도 있다. 2년 반 유예로 복수노조는 법 개정 이후 15년 반 동안 잠만 자게 됐다. 본래의 목적과 정신을 무시하고 노동제도를 지나치게 정치적 논리로만 다뤄온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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