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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에 드 릴아당' 이제서야 찾아온 19세기의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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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에 드 릴아당' 이제서야 찾아온 19세기의 프랑스

입력
2009.12.06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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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의 실존 인물 에디슨을 소설 속으로 끌어들이고 인간을 닮은 로봇(사이보그)을 캐릭터로 형상화한 19세기 프랑스 소설 <미래의 이브> (1886)는 과학소설의 고전으로 꼽힌다. 그러나 이 소설을 쓴 작가 빌리에 드 릴아당(1838~1889)의 작품은 그간 국내에 전혀 소개되지 않았다.

릴아당 문학의 정수를 엿볼 수 있는 작품집 <잔혹한 이야기> (물레 발행)가 번역출간됐다. 그가 1867~82년 발표한 27편의 단편소설과 시를 묶은 <잔혹한 이야기> 는 릴아당에게 '판타지 작가' 혹은 '현실을 저주하는 이상주의자'라는 평을 안겨준 책이다. 다양한 성향의 작품들은 그의 다재다능을 실감케 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제목처럼 우선 괴기스럽거나 으스스한 존재가 등장하는 공포소설들이 먼저 눈에 띈다. 사람 죽는 것을 구경하기 너무 좋아해 사형이 집행되는 곳이라면 어디건 쫓아다니는 사내의 이야기인 '마지막 만찬의 손님', 시체보관소와 센 강변의 카페를 혼동하는 인물이 등장하는 '혼동하는 만큼!' 등이다. 천체에 빛을 쏘아 광고를 하는 기계를 다룬 '하늘의 선전물',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의 순간을 미리 경험함으로써 실제 죽음이 닥쳤을 때 슬픔을 희석시키는 발명품 이야기인 '마지막 숨의 화학성분 분석기'는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에 무릎을 치게 만드는 과학소설이고, 성서 속 인물인 솔로몬 왕이 등장하는 '사자'는 역사판타지소설이다.

작가는 이들 작품을 주로 당시 부르주아들이 애독한 잡지에 기고했는데, 겉과 속이 다른 19세기 프랑스 부르주아 사회를 비꼰 소설들도 주목할 만하다. 돈만 번다면 몸 파는 일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전도된 가치관을 형상화한 '비엥필라트르 집안 아가씨들'이나, 호화로운 만찬 차리기 경쟁을 벌이며 돈으로 명성까지 매수하려는 부르주아들의 배금주의를 비꼰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만찬' 같은 작품은 재기 넘치는 풍자작가로서 그의 능력을 보여준다.

역자 고미선씨는 가톨릭대에서 릴아당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은 뒤 서울대에서 박사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고씨는 릴아당의 '잔혹성'에 대해 "있음직한 환상의 이야기를 통해 배금주의에 물든 부르주아들, 그들이 엮어내는 사회 전체에 만연한 '세상의 잔혹성'을 이야기하는 것 아닐까 생각한다"며 "릴아당의 전 작품을 번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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