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순위 전평형 청약 마감과 수십대 1이 넘는 청약 경쟁률, 주말이면 만여명 이상이 다녀갔다는 모델하우스…. 뜨거운 청약광풍이 불었던 분양단지에는 보통 이런 화려한 공통점들이 있다.
그러나 견본주택 오픈부터 내방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기 시작해 수십대 1이 넘는 경쟁률로 1순위 접수를 마감하는 순간까지, 청약자나 건설사에겐 모두 '로또'일 것 같던 단지들이 이내 그 빈약한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분양 당시 달콤했던 '청약대박'의 꿈도 잠시. 분양권 시세가 분양가보다 낮아진 마이너스 프리미엄에, 당첨자들도 하나 둘 이탈하는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단지들이 수도권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다.
수만명의 관심과 화려한 1순위 마감 속에 감춰진 불편한 청약대박의 진실. 연말 수만가구가 쏟아지는 분양장에서 옥석을 가려야만 하는 이유다.
'고개 숙인' 프리미엄
학교 앞에서 파는 병아리는 이내 앓다가 죽는 병든 병아리가 대부분. 높은 청약경쟁률에 힘입어 계약과 함께 프리미엄이 급등한 단지들이 병든 병아리마냥 분양권 시세가 곤두박질치며, 빠른 속도로 거품이 빠지고 있다.
최근 S건설이 서울 노량진동에서 최고 30대 1이 넘는 높은 청약률로 1순위 마감을 한 단지는 당첨자 계약직후 프리미엄이 1억원까지 치솟다 지금은 로열층의 경우 반토막, 나머지는 대부분 2,000만~3,000만원 수준으로 70~80%나 떨어졌다. 앞서 G건설이 경기 의왕시에 공급했던 대규모 재건축 단지도 분양권 프리미엄이 5,000만원 안팎으로 붙었지만 지금은 2,000만~3,000만원까지 내려갔다.
H사가 남양주 별내지구에서 1순위 대박을 터트렸던 단지도 3,000만원 이상씩 웃돈이 붙는가 싶더니 이내 거품이 쏙 빠지며 지금은 500만~1,000만원 선에 그친다.
올해 수도권 최고의 분양 흥행지로 손꼽히는 인천 청라지구도 정작 '몸값'의 잣대가 되는 프리미엄은 마이너스를 기록하기가 대부분이다.
한 대형 건설사가 분양했던 단지는 지난달 까지만 하더라도 최초 분양가 수준이거나 1,000만원 가량의 낮은 프리미엄이 붙어있었지만, 지난달부터는 '마이너스 프리미엄'으로 돌아선 신세다.
분양가보다 2,000만원은 족히 떨어졌다는 게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설명. J건설이 분양했던 단지도 분양가보다 3,000만원 가량 떨어진 분양권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거래는 거의 없다.
신중한 청약전략 필요
건설업체들이 양도소득세 한시 감면 기한(내년 2월11일)이 끝나기 전에 분양을 서두르면서 연말 소나기 공급이 집중되고 있다. 2기신도시, 택지지구, 국제업무지구 등 다양한 호재를 기반으로 나오는 물량들도 많지만 섣부른 선택은 금물이다.
우선 최근 신규 분양시장의 열기에 편승해 분양가가 오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주변 시세보다 비싸게 분양될 경우에는 웃돈을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나 한꺼번에 많은 물량(분양권 포함)이 거래시장으로 쏟아질 경우 가격 형성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초과공급이 우려될 정도로 특정지역에 분양이 몰릴 경우에는 미분양에 대한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연구소장은 "2007년 분양가상한제 시행 전에 봇물처럼 쏟아진 물량들이 결국 대량 미분양이란 부메랑으로 돌아와 가격하락으로 인한 계약자 이탈과 건설업계 유동성 위기를 초래한 경험이 있다"며 "건설사나 청약자 모두 시장 흐름을 파악하고 (시장진입을)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입지여건이 좋은 수도권 보금자리주택의 공급이 잇따라 계획돼 있다는 점도 계산해둘 필요가 있다. 인근 아파트 시세보다 많게는 50%에서 평균 20~30%는 저렴하게 공급되는 경쟁력 있는 단지를 굳이 마다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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