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리아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이 4일 밤 사상 최악의 정치테러가 발생한 남부 마긴다나오 지역에 계엄을 선포했다. 이어 수 시간 뒤 군 특공대가 테러 배후세력인 안달 암파투안 주지사와 아들 4명 등 남부 마긴다나오 지배군벌과 테러용의자 60여명을 전격 체포했다고 인콰이러지 등 현지언론이 6일 보도했다.
필리핀에서 계엄은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이 9년간의 계엄을 해제한 1981년 이후 28년만이다. 이에 따라 야당은 아로요 대통령이 계엄을 전국으로 확대, 내각제 개헌에 활용할 수 있다고 반발하는 등 정국 혼란이 확산되고 있다. 연임금지에 따라 내년 5월 퇴임하는 아로요 대통령은 최근 하원의원 선거후보로 돌연 등록, 야당과 교회 반발을 샀다. 계엄은 헌법상 반란 또는 외부세력의 침공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마긴다나오 지역에는 4,000여 군인과 수 십여대의 탱크가 배치돼 암파투안 지지자들의 소요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필리핀 당국은 암파투안 일가를 군 기지로 옮겨 심문하고 있으며 지난달 23일 57명의 희생자를 낸 정치테러 개입 혐의로 곧 기소할 예정이다.
아그네스 데바나데라 법무장관은 "암파투안 지지자들이 정부에 대항해 싸울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반란적용이 가능하다"고 계엄선포를 정당화했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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