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으로 그린 꽃 시리즈로 알려진 화가 이기영(45)씨가 9일부터 서울 송현동 이화익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다.
이씨의 작업은 끊임없는 반복의 연속이다. 한지 위에 소석회를 10번 가까이 얇게 바른 후 먹으로 형상을 그리고, 물을 뿌려 다시 지워낸다. 그리기와 지우기를 반복하면서 서서히 꽃의 형상이 나타나면 바니시를 칠해 막을 씌운 후 사포로 갈아 화면을 평평하게 만든다. 그의 그림에서 입체적인 느낌이 나는 이유다. 먹꽃이 완성된 후 종이의 일부를 잘라내고 안료를 채워 넣기도 한다.
한 점을 완성하는데 3개월의 시간이 걸리는 자신의 작업에 대해 그는 "눈으로 보이는 대상은 지워내고 이미지만 축적시키는 것"이라며 "수많은 순간이 겹쳐지는 인생의 모습과도 비슷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서 이씨는 기존의 먹꽃 작업뿐 아니라 색채를 넣은 작업도 함께 선보인다. 막대사탕과 알사탕, 폴라로이드 카메라 등 일상의 소재를 담아낸 그림들이다. 한지를 활용한 화면과 그리고 지우기를 반복하는 작업 방식은 여전하지만, 워낙 색채감이 화려해 같은 작가의 작품인지 헷갈릴 정도다. 서울대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줄곧 먹을 이용한 무채색 그림만 그려온 그는 "네 살짜리 딸이 '왜 아빠는 맨날 검정색 그림만 그리냐'고 해 색을 쓰게 됐다"면서 "그래서 소재도 딸이 가장 좋아하는 사탕으로 했다"고 말했다. 전시는 22일까지. (02)730-7817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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