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부문에서는 오래 발품을 들인 현장감 있는 책들이 주목받았다.
대중적 미술비평, 문화재에 대한 재조명 등 최근 우리 사회의 독서 취향을 짐작케 하는 후보작들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다윈 탄생 200주년 등을 계기로 한 '짜집기식 기획 도서'가 넘쳐난 점은 비판받았다.
▦DMZ, 유럽행 열차를 기다리며/ 플래닛미디어 발행
한반도 분단의 슬픈 역사를 상징하는 비무장지대(DMZ)를 평화와 화해의 상징, 환경과 문화의 중심이라는 시각으로 재조명했다.
사회학, 경제학 등을 전공한 4명의 저자가 연천, 철원, 고성 등 DMZ와 민통선 지역을 찾아 4개월 동안 그곳의 과거와 현재를 추적하고 미래를 전망했다. 김호기, 강석훈 등 지음.
▦명품의 탄생/ 산처럼 발행
겸재 정선의 친구였던 시인 이병연, 일제 강점기 우리 문화재를 지켜낸 전형필, 일본에서 '세한도'를 찾아온 손재형 등 조선시대 이후의 위대한 컬렉터의 삶을 소개하고 컬렉션의 의미를 되새기는 책.
문화재 전문기자인 저자는 컬렉션을 '역사와 예술에 다시 생명을 불어넣는 위대한 문화행위'로 규정한다. 이광표 지음.
▦사발, 자신을 비워 세상을 담는다/ 아우라 발행
대를 이어 조선 사발을 만드는 한국 도예가와, 일본 노무라 미술관의 학예부장이 한국, 일본, 영국 등에 있는 전통 조선사발에 대한 생각과 이야기를 담았다.
조선 사발의 미가 일본의 미의식에 의해 재발견됐다는 일본 저자와 이를 바로 잡으려는 한국 저자의 미묘한 입장 차도 주목할 대목이다. 신한균ㆍ타니 아키라 지음.
▦앤디 워홀 일기/ 미메시스 발행
팝 아트 운동을 주도했던 앤디 워홀은 1976년 11월 24일부터 1987년 2월 17일까지 매일 친구 팻 해켓에게 전화해 전날 일과를 말했는데 해켓이 이를 일기로 정리했다.
원고지 2만매의 기록 중 중요 부분을 엮은 것이다. 저자가 만난 플록, 존 레넌, 리처드 기어 등의 일상도 볼 수 있다.
▦에라스무스 격언집/ 아모르문디 발행
중세 네덜란드의 인문학자인 에라스무스가 그리스와 로마 고전에 등장하는 격언, 속담, 경구 등을 찾아 뜻과 용례 등을 밝히고 자신 만의 독특한 해설과 비평을 달았다.
1500년 출간되자마자 유럽 각국에 근대적 교양과 인문정신을 전파한 베스트셀러로 각광받았다. 국내에서 처음 번역됐다.
▦지식의 미술관/ 아트북스 발행
대중적 미술비평의 흐름을 선도한 저자가 30개의 키워드로 제시한 미술감상 안내서.
창작 양식과 기법의 소개, 미술 장르가 시작된 배경과 의의, 시대를 풍미한 미술의 트렌드, 미술 사조와 시대의식의 연관성, 작가 주변의 이야기 등 미술 감상에 필요한 지식을 담았다. 180여점의 도판이 생동감을 더한다. 이주헌 지음.
▦평화가 깃든 밥상/ 샨티 발행
무와 호두 등으로 만든 무호두탕국, 파프리카와 묵까지 찍어먹는 채식철판구이 등 만들기 쉽고 맛있는 음식을 소개한 요리책이다.
양념 적게 한 자연 그대로의 맛 찾기, 유기농 농산물로 요리하기, 우리 땅 살리고 생명 살리기 등 철학이 담겨 있다. 재생지로 책을 만든 것이 그의 철학을 보여준다. 윤성희 지음.
▦하늘에서 본 한국/ 새물결 발행
'나의 조국은 지구'라는 신념으로 60여개국을 항공 촬영했던 저자가 5년 동안 비무장지대에서 마라도까지 한국의 산하를 항공 촬영했다.
2만여장의 사진 중 160장을 엄선했는데, 절묘한 높이에서 보여주는 낯선 거리감과 각도가 우리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보고 성찰할 기회를 제공한다.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 지음.
▦한국도시디자인탐사/ 그린비 발행
서울대 디자인학부 교수인 저자가 부산, 대구 등 6개 광역시를 탐방해 그곳의 역사와 문화적 정체성을 짚었다.
부동산 투기판과 스펙터클한 전시행정의 각축장으로 변모하는 이들 도시를 분석하고 정체성이 실종된 한국도시개발사의 이면을 현장감 있게 들춰낸다. 도시계획에 왜 철학이 필요한지를 보여주는 저작. 김민수 지음.
▦해저 2만리/ 작가정신 발행
1870년 초판 발행 직후 나온 일러스트판을 번역한 것이다. 에드아르 리우, 알퐁스 드 누빌 등 당대 유명화가의 삽화가 실려있다.
해저탐사에 나선 노틸러스호의 구조, 해저탐사에 쓰는 각종 용구, 작품 속에 묘사된 갖가지 해양 동물의 모습을 사실감 있게 보여주는 삽화를 특별 제작해 추가했다. 쥘 베른 지음.
정리=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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