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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愛] SKT 해외로밍사업팀 조형준·박경하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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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愛] SKT 해외로밍사업팀 조형준·박경하 매니저

입력
2009.12.06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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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건장한 체격의 두 남자가 있다. 한 달에 한 번 꼴로 떠나는 해외 출장 때문에 이들의 큼지막한 여행 트렁크는 쉴 새가 없다.

여권엔 방문 국가들의 입출국 관련 확인 스탬프가 빼곡하고, 웬만한 나라들의 주요 도시 및 공항과 호텔 위치는 손바닥을 보듯 훤하다. 이쯤 되면 이들을 여행 업체 직원으로 떠올릴지 모르지만, 두 사람 트렁크 안에 가득 찬 최신 휴대폰을 본다면 이런 추측은 송두리째 날아간다. 대체 이들의 정체는 뭘까.

SK텔레콤 해외 T로밍 사업팀의 조형준(39)ㆍ박경하(31) 매니저. 이들의 명함은 국내외 휴대폰 통화 품질 관리(QoS)를 전담하는 로밍 해결사다.

한 달에도 수 없이 쏟아지는 휴대폰 신모델을 해외로 직접 들고 나가, 통화는 물론이고 문자메시지 및 MP3플레이어, 근거리무선통신(블루투스) 등의 각종 부가 서비스 기능들을 테스트하는 게 주된 업무다. 로밍 서비스 이용 고객의 해외 서비스 불편 신고 접수 및 처리 또한 이들의 몫이다. 그래서인지, 이들에게 휴대폰의 존재는 남다르다.

"휴대폰이요? 제 몸의 일부라고나 할까요. 새로 나온 얘(휴대폰 신모델)가 잘 안 터지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제 몸이 아픈 것 같거든요." 휴대폰은 곧 자신의 분신과도 같다는 게 조, 박 매니저의 설명이다.

이들의 주된 임무인 휴대폰 종합검진(?)이 주로 해외에서 이뤄지다 보니, 출장 때마다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많다. 한꺼번에 150~200개에 달하는 휴대폰을 갖고 비행기를 올라타야 하는 탓에, 입출국 심사 때마다 불법 휴대폰 밀반출 보따리상으로 오해받기 일쑤다.

"2007년6월로 기억해요. 미국 시애틀 출장이었는데, 갖고 있던 휴대폰을 몽땅 세관에 압수 당했습니다. 미국 현지 통신 사업자가 공항에 (우리의) 입국 사실을 늦게 통보 하는 바람에, 현지 세관의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실리고 반나절을 잡혀서 조사를 받았던 적이 있어요. 해당 사업자와 주고 받은 이메일을 출력해서 보여주고 간신히 휴대폰을 찾고 문제를 해결했지만, 그 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합니다." 웃는 모습으로 이야기를 이어갔지만, 당시 악몽이 되살아나듯 조 매니저 얼굴은 발갛게 상기됐다.

공항 출국을 무사히 마쳤다고 로밍 해결사들의 고충이 해결된 것은 아니다. 각 나라 수도와 유명 관광지에서 전파 방해가 덜한 지역을 찾아 숙소 예약이 끝나면 그 때부터 시간을 두고 자기 자신과의 지루한 싸움이 시작된다.

호텔 방에 들어서자 마자, 이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최대한의 바닥 공간 확보 작업. 효율적인 테스트 진행을 위해 보다 넓은 휴대폰 진열 공간이 필요해서다. 호텔 방내의 테이블이나 의자, 침대 등의 위치를 옮겨 놓는 것도 이 때문이다.

행여 '호텔 룸 청소로 방 바닥에 깔아 놓은 휴대폰 배열이 망가질까' 우려해 방 밖에 'Please do not disturb'(방해하지 마세요)란 보드를 걸어 놓는 일도 필수다.

국내 본사와 진행해야 하는 실시간 테스트로 인해, 식사도 호텔 방안에서 해결한다. 웬만한 호텔 룸서비스 메뉴는 외울 정도다. 한번 해외 출장시 4~5개국을 돌며 매번 똑같이 되풀이되는 이런 작업 스케줄 덕분에 성정체성까지 의심받는 일도 예삿일이다.

"보통 휴대폰 한 모델 당 품질 테스트를 하려면 3~4시간이 필요해요. 남자만 둘이서 며칠 동안 방안에만 틀어 박혀서 휴대폰 수 십 개씩 깔아 놓고 있어보세요. 호텔 방을 청소하는 아주머니들이 이상한 눈빛으로 조 매니저와 저를 번갈아 쳐다보면서 쑥덕대더라고요. 해외 출장까지 가서 졸지에 동성연애자로 오해를 받아 본 적도 많습니다."

눈 코 뜰새 없는 바쁜 일정에 숨 돌릴 틈도 없지만 수 백 번의 테스트를 거쳐 서비스 문제가 완벽히 해결됐을 때 찾아오는 보람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여기엔 이동통신 분야에서만큼은 세계 최고 수준임을 입증해 보이고 싶은 욕심도 깔려 있다. 고객들로부터 로밍 서비스 덕분에 안전 여행과 중요한 해외 비즈니스를 성사시켰다는 감사 인사라도 받는 날이면 그 간의 힘들었던 기억들은 눈 녹듯이 사라진다. 그래서 이들은 또 다시 해외 여행 준비를 하고 있다.

"지구촌 구석구석에서 고객들이 행복한 로밍 서비스를 이용할 때까지, 우리들의 해외 여행은 계속될 겁니다."

■ 해외로밍 이용하면… 호텔·레스토랑 5~25%할인혜택도

휴대폰 로밍 서비스를 꼼꼼하게 활용하면 해외 여행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다양한 혜택과 더불어 위급시 긴급 도움 등을 받을 수 있다. SK텔레콤 해외 로밍 사업팀이 소개하는 유용한 서비스 내용들을 살펴봤다.

문자로 위급 상황 대처 방안, 신용카드 사용 내역 받아요

로밍 이용자가 해외에 도착하면 위급 시 연락을 취할 수 있는 영사 콜센터 전화번호와 천재지변ㆍ전쟁ㆍ테러 등 위급 상황 발생시 대처 요령 등을 문자메시지로 받을 수 있다. 위험 지역 여행 시에 특히 유용하다. 신용카드 위조 피해가 종종 발생하는 동남아 지역에서도 로밍 서비스를 사용하면 국내에서 사용하는 신용카드 사용 알림 서비스를 그대로 받을 수 있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해외 현지 사업자 골라 쓸 수 있어요

해외 현지에서 로밍 서비스에 이상이 생겼다면 국내 통신업자가 아니라 현지 사업자 망에 일시적인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휴대폰내 자동으로 설정된 업체를 사용하지 말고 수동으로 현지의 다른 이동통신 업체를 선택해 로밍 서비스를 이용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국내 통신사업자의 경우, 해외 여러 통신사와 제휴를 맺고 있다.

저렴한 문자메시지 활용하세요

수신 시 요금이 부과되는 로밍의 특성 상 직접 통화를 할 필요가 없거나 간단한 일이라면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적은 문자메시지(SMS)를 활용하는 게 경제적이다.

해외에서 밤 잠 설치지 마세요

휴대폰 내에서 현지시각 안내 서비스를 설정하면 국내와 해외간 시차 혼선을 줄일 수 있다.

여행 할인 혜택도 챙기세요

여행을 떠나는 로밍 고객을 대상으로 한 여행 혜택도 있다. SK텔레콤의 경우 아시아 지역 11개 이동통신 사업자와 함께 '브릿지 트래블러' 서비스를 통해 해당 지역 내 공항 상점, 공항 리무진, 호텔, 레스토랑, AVIS 등 가맹점에서 5~25%의 할인 혜택 제공한다.

허재경 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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