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4일 노사정의 합의 도출에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노조 전임자 무임금 문제를 두고는 기업이 처한 사정에 따라 온도차도 있지만, 무엇보다 대다수 기업들이 두려워하고 있는 복수노조 허용 문제에서 2년6개월 더 시간을 벌었다는 점에서 재계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노사정 협상에 재계 대표로 참여한 경총에 대해 공식 탈퇴라는 초강수로 맞서온 현대ㆍ기아차그룹도 당초 한나라당이 제시한 중재안에 대해서보다는 반발이 누그러졌다.
전경련은 이날 논평을 내고 복수노조 시행 유예와 관련 "다행스럽다"고 평가했다. 전임자 임금지급 문제와 관련해선 타임오프제 도입을 일단 수용하는 입장. 단 "구체적 시행안이 나오지 않아 기업들이 전임자 임금금지 효과가 반감되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며 제도적 보완을 요구했다. 대한상의도 노조 전임자 무임금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데 대해서는 아쉬움을 나타내면서도 전반적으로는 노사정 합의안에 힘을 실어줬다.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전면 시행을 주장해온 현대ㆍ기아차에도 미묘한 입장 변화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현대ㆍ기아차는 내년부터 전임자 무임금을 전면 시행하는 원안에서 후퇴하는 데 대해 강력 반발해왔지만, 노사정이 합의한 '타임오프제 도입'에 대해서도 득실을 따지기 시작했다.
현대ㆍ기아차 관계자는 "내년 7월부터 원칙적으로는 전임자 임금 지금이 금지된다 해도, 아직 타임오프제의 구체적 시행 방안이 나오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평가하기 이르다"며 "타임오프 인정 범위가 모호한 상태에서 향후 또 다른 노사 관계 악화의 불씨가 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ㆍ기아차는 그러나 경총에 복귀할 의사는 없다고 밝혔다.
복수노조 도입에 부정적이었던 삼성 SK LG 포스코 등의 대기업들은 "노사정 합의안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이다. 무노조 경영을 해온 삼성을 비롯한 SK LG 포스코 등은 노조 전임자 임금 문제보다는 복수노조가 허용될 경우 노조가 들어서면서 노사상생 관계가 무너질 가능성을 크게 우려해온 만큼, 이번 노사정 합의에 반대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박상준 기자 bo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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