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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세계로 떠난 조선의 지식인들' 100년전 조선 선비의 눈에 비친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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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세계로 떠난 조선의 지식인들' 100년전 조선 선비의 눈에 비친 세계

입력
2009.12.06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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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원 지음/휴머니스트 발행ㆍ340쪽ㆍ1만6,000원

개화사상가 유길준이 1885년 독일에 들렀을 때 가장 신기한 것은 맥주에 취한 사람들이었다. "남녀를 가리지 않고 맥주를 좋아하여…만취한 사람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데 크게 떠들거나 노래를 부르며 오줌을 누기도 할 정도로 해괴한 버릇이 많다."

유학자 박대양은 같은 해 일본의 사교장 로쿠메이칸 연회에 참석했다가 충격을 받는다. "문무고관들이 자기의 부녀를 거느리고 와서 각국인 남녀와 어울려 둘씩 둘씩 껴안고 밤새 춤을 추었다. 비단 같은 꽃 떨기 속에서 새와 짐승들이 떼 지어 희롱하는 것 같았다."

근대기에 외국을 여행한 조선인들은 그곳에서 다른 인종, 다른 풍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이들은 문화의 차이, 사는 방식의 차이를 확인하면서 자신의 지식을 확대하고 조선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고민했다.

<세계로 떠난 조선의 지식인들> 은 100년쯤 전 우리 선조들의 세계 인식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 HK연구교수다.

책은 나혜석, 민영환, 윤치호, 최남선, 허 헌 등 당시 지식인들이 남긴 기행 글 등을 분석한 뒤 이들이 대체로 서구 문명을 동경하면서도 동남아 등 다른 지역은 비판적으로 인식했다고 주장한다. 제국주의와 식민주의의 피해자라고 외쳤던 우리가 언제든 가해자로 돌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외국에 대한 우리의 이중적 태도가 그때도 어느 정도는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박광희 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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