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저마다 마음 속에 고향마을 동구 밖을 휘감고 흐르는 추억 속의 강을 가지고 있다. 여름에는 더위를 식혀주고, 봄 가을에는 아름다운 추억을 그리게 하고, 겨울엔 고요한 모습으로 우리 삶의 안식처가 되어준 강이다.
우리 삶의 추억이 깃든 강
그러나 언젠가부터 그 강들은 추억 속의 강이 아니다. 급격한 산업화와 경제발전에 희생돼 오염되고, 매년 태풍과 홍수로 상류에서 흘러내린 토사로 메워지고, 겨울과 봄철 갈수기에는 흐르는 물조차 거의 없는 모습으로 변했다.
할리우드의 공상과학영화 <2012>를 보면, 태양에서 불어온 태양풍으로 지구 속이 녹으면서 화산폭발, 쓰나미, 지진 등의 엄청난 환경 및 기후변화가 일어난다. 그로 인해 지구의 최고봉 에베레스트가 물에 잠기는 소설 같은 대재앙이 발생한다. 이처럼 인간의 생존을 지키는 물은 너무 많아도 문제이고, 너무 적어도 문제다.
우리나라의 물 수요는 경제 발전으로 급속하게 증가되었다. 산업 활동과 생활 속 소비 패턴이 변화하면서 물 소비량도 많아졌다. 1960년대 연간 51억 톤이던 물 수요는 337억 톤으로 늘어났다. 2011년에는 355억 톤, 2016년에는 358억 톤 으로 갈수록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비해 다목적댐과 저수지에서 안정적으로 공급 가능한 수자원은 연간 약 177억 톤으로 수요량의 53%에 지나지 않는다. 모자라는 물은 하천과 지하수를 이용하고 있어 가뭄 상황에 따라 이른바 취수 안전도는 크게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지난해와 올해 잇단 가뭄으로 전국적으로 72개 시 군에서 제한급수의 불편을 겪었다.
기후 변화와 강수량의 지역적 불균형은 물 부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우리나라의 산업화가 시작된 1960년대 이후 심각한 가뭄을 겪은 해는 1968, 1977, 1982, 1988, 1994, 2001, 2008년으로 5~7년 주기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전국 강수량은 906mm로 과거 심각한 가뭄이 발생한 1994년의 918mm과 비슷하고 2001년의 1,058mm 보다 적다.
올해 초 열린 다보스 포럼은 머지 않아 금융위기보다 훨씬 무서운 물 부족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의 '물 은행' 역할을 하는 극지방의 빙하가 없어지고, 아시아 인구 20억 명의 식수원 기능을 하는 히말라야의 빙하도 2100년쯤에는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예고했다. 이와 함께 물 부족 여파로 2025년까지 세계 곡물 생산량의 약 30%, 미국과 인도의 연간 곡물생산량과 맞먹는 양이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 관리에 실패하면 글로벌 경제시스템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는 경고이다.
가뭄은 홍수와 달리 소리 없이 왔다 간다. 진행 속도가 느리고, 피해도 국지적인 듯 보이고, 물리적 파괴를 직접 볼 수 없어 심각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전망하기 어렵다. 따라서 평소에 미리 대비책을 철저히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물 소비를 줄이는 방안이 있으나, 보다 현실적인 대책은 물을 최대한 많이 모아두는 것이다. 4대강 사업처럼 강과 하천 바닥의 토사를 덜어내 저류능력을 높이고 환경친화적 댐이나 보 등 수리 구조물을 통하여 수위를 상승시켜 활용 가능하고 조절 가능한 수량을 확보해야 한다.
'강다운 강'으로 되살려야
강을 중심으로 친환경적 치수사업을 하면 홍수와 가뭄 등 재난을 막고 환경의 질을 높일 수 있다. 그렇게 우리 추억 속의 '강다운 강'을 되살릴 수 있다. 역사 이래 인간은 강가에서 문명을 이루고 살아 왔다. 산업화와 함께 점점 우리 곁에서 멀어진 강, 사람들이 찾지 않는 강, 기억에서조차 사라져 가는 강을 다시 살리는 것은 우리의 삶과 생명의 터전을 복원하는 것이다.
최병습 한국수자원공사 건설관리팀장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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