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중 담배 가격이 제일 싼 일본에서 담배세 인상이 논란이 되고 있다. 후생노동성은 국민 건강 차원에서 담배값을 2배 이상 올려 소비를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수 감소를 우려한 재무성 등은 이에 부정적이다. 1,000엔까지 인상을 요구하는 여론도 있지만 결국 일본 정부가 택하려는 것은 국민 건강보다 세수를 중시한 소폭 증세쪽인 것 같다.
논란은 세제 개정 작업을 앞두고 후생노동성이 지난 달 개비당 10엔 정도의 인상을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일본은 최근 10년 동안에만 3차례 담배세를 인상했다. 1998년 옛 국철의 장기채무상환에 충당하기 위해 담배특별세를 신설해 1갑당 20엔 인상, 2003년에는 기업 감세에 따라 줄어든 세금을 보전하기 위해 또 20엔, 2006년에는 육아지원금 확충을 위해 30엔을 증세했다. 모두 세금 확보가 목적이었다.
이번에는 재무성이 아니라 후생성이 주도, 그것도 세수가 줄더라도 국민 건강을 위해 담배값을 올려야 한다고 요구한 점이 다르다. 담배세를 '국민의 건강 확보를 목적으로 한 세금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 민주당의 정책 방향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담배 1갑당 가격은 평균 300엔 정도. 한국보다는 비싸지만 미국(뉴욕주) 983엔, 영국 813엔, 프랑스 613엔 등 주요국에 비하면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나가쓰마 아키라(長妻昭) 후생노동성 장관은 이달 초 각료간담회에서 "국민 건강이라는 관점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으로 올려야 하지 않는가"고 거듭 대폭 인상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암환자와 전문가로 구성된 후생노동성 '암대책추진협의회'는 1,000엔, 국회 금연추진의원연맹은 700엔 인상을 요구하는 등 인상 지지 여론도 줄을 이었다.
문제는 대폭 인상으로 담배 소비가 급격히 줄어들면 그렇지 않아도 세수 부족에 허덕이는 재정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일본은 현재 담배에 소비세, 담배세 등 모두 4종류의 세금을 부과, 가격 중 세금 비율이 60% 정도다. 올해 담배 세수 전망은 2조795억엔으로 그 동안 20년 가까이 2조엔 정도의 안정적인 세수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담배값을 500엔으로 올리면 흡연자의 절반이 금연하고, 1,000엔이 되면 90%가 담배를 끊을 것이라는 조사결과에 비추어 세수 감소는 불을 보듯 뻔하다.
결국 정부세제조사회는 소폭 인상 방향으로 조정 중이다. 인상폭은 1갑당 40~60엔 정도가 거론된다. 결국 후생성이 '국민 건강'을 앞세워 추진한 자민당 정권과의 차별화는 이뤄지지 않을 모양이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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