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하토야마(鳩山) 정부의 최대 외교 현안인 주일미군기지 이전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꼬여만 가고 있다. 새 정부가 미국과 오키나와(沖繩) 주민 사이에서 마치 줄타기라도 하듯 우왕좌왕하는 동안 양측의 불만은 물론 정부 내 불협화음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외무성 장관은 5일 미국과 일본이 이전키로 합의한 후텐마(普天間) 비행장이 있는 오키나와(沖繩)현 기노완(宜野灣)시를 방문한 뒤 기자회견에서 "현재의 미일 동맹에 강한 위기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오카다 장관은 "연립정권에서 (오키나와내 이전에 반대하는)사민당이 이탈하면 참의원에서 소수정당이 되기 때문에 여러 문제가 생긴다는 딜레마가 있다"면서도 "미일 합의를 일본측이 일방적으로 백지화하면 신뢰관계가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라며 기존 합의를 중요한 선택지의 하나로 생각하고 있음을 밝혔다. 지론이었던 가데나(嘉手納) 기지 통합안은 "원래부터 어렵다고 말해왔다"며 사실상 실현 불가능함을 시사했다.
오카다 장관이 기노완시와 이전 예정지 나고(名護)시에서 들은 주민들의 요구는 일관되게 '오키나와현 외부 이전'이었다. 하지만 전날 기지이전 문제를 조기에 결론 내기 위해 두 번째로 열린 미일 장관급 회의에서 존 루스 주일 미 대사는 정색한 얼굴로 "유일하게 실현 가능한 현 합의를 이행하지 않으면 오키나와 주둔 해병 8,000명의 괌 이전 계획을 백지화할 수 있다"는 경고성 발언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카다 장관은 이와 관련 "(연내 결론은)쉽지 않지만 (난국을)타개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결단을 해야 한다"고 말해 하토야마 총리에게 정치적 결단을 내려줄 것을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내년 1월 오키나와현 나고시장 선거 결과까지 보고 정치적인 판단을 하겠다는 생각인 하토야마 총리와 연내에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외무, 방위장관의 틈새가 갈수록 벌어지는 모습이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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