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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담배 연기'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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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담배 연기' 사라진다

입력
2009.12.06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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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 왕십리2동 극동미라주스타클래스 아파트에 들어서면 다른 아파트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받게 된다.

각 동 출입구와 내부계단, 엘리베이터 내부, 지하주차장, 경비실, 노인정, 휴지통 등 단지 어디를 가도 금연 스티커를 피할 길이 없다.

흡연자들이라면 '담배연기 없는 깨끗한 아파트', '담배연기 싫어요' 같은 경고성 문구들이 줄곧 따라다니며 선사하는 압박감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고개를 들어 피하려 해도 도로와 접한 단지 외부 벽면 등에는 금연구역임을 알리는 대형 플래카드가 펄럭인다. 밤이라고 해도 안심할 수 없다. 아파트 정문과 후문 기둥에는 여러 개의 야광안내판까지 설치됐다.

각종 금연문구들의 공격이 성공한 덕분인지 실제로 단지에서는 담배 꽁초 하나 찾기가 어려웠고 담배를 피우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이 아파트에서 담배냄새가 줄어들기 시작한 것은 주민들이 올해 3월부터 자발적으로 단지 내 금연활동을 시작한 뒤부터다. 과거에는 여느 아파트처럼 금연구역이 따로 없었다.

"발코니와 복도에서 가끔 담배 피우잖아요. 연기가 바람을 타고 다른 가정으로 스며들지요. 기분 좋은 사람 있겠습니까?"(심훈 관리소장) 이처럼 일부 주민들의 외부 흡연이 이어지면서 주민들의 항의가 나오기 시작했고, 결국 금연아파트 자율운영위원회라는 조직이 만들어졌다.

입주자대표를 비롯해 부녀회, 노인회, 통장, 반장 등 단지 내 대표들이 모여 각종 금연활동을 펼쳤다. 아파트 마당을 제외한 단지 내 지역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했고 요일 별로 팀을 구성해 감시와 계도활동을 했다.

담배꽁초를 정기적으로 줍고 방문자에게도 금연구역임을 적극 알렸다. 아파트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수시로 금연캠페인을 실시했다.

서서히 아파트 풍경이 바뀌었다. 단골 흡연장소였던 어린이놀이터와 휴게소에서 담배연기가 사라졌다. 바닥에 버려지는 담배꽁초도 3분의2 가량 줄었고 우유와 신문배달, 택배 등의 일로 단지를 찾는 외부인들도 단지 내에서는 자발적으로 담배를 피우지 않게 됐다.

당연히 주민들의 자발적인 협조 없이는 금연아파트 정착은 불가능했다. 특히 자녀를 둔 주부들의 호응이 높았다. 정명기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결국 간접흡연 피해가 문제"라며 "자기 가족 건강은 끔찍이 생각하면서 남의 가족, 자녀에게는 피해를 줘서야 되겠느냐"고 말했다.

8개월 동안 주민들이 꾸준히 금연활동을 전개한 결과 이 아파트는 지난달 26일 서울시로부터 '금연아파트'로 인증받았다.

금연아파트 사업은 간접흡연 피해에 민감한 어린이, 여성, 노인 등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서울시가 2007년부터 추진하고 있다.

아파트에서 신청을 하게 되면 관할 보건소와 서울시, 시민단체와 전문가의 평가를 거쳐 인증을 받게 된다. 시는 2007년 23개, 2008년 40개 단지에 이어 올해에는 87개 단지를 인증했다.

시 관계자는 "공공시설 등의 경우와는 달리 흡연을 규제하는 제도적 장치가 거의 없는 아파트에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금연문화를 선도하고 있는 점은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사진=신상순기자 s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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