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내 핵무기 보유국이 영국, 프랑스 뿐 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탈리아, 벨기에, 네덜란드는 지금 당장이라도 수소폭탄을 발사할 수 있다. 독일 역시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13배나 되는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냉전 시기 서유럽 각국에 배치됐던 핵폭탄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주간 타임은 2일 미 과학자연맹(FAS)을 인용 "현재 이탈리아, 벨기에, 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 4개국에 약 200개의 B61 수소폭탄이 배치돼 있다"며 "이 '더러운 비밀'의 처리 방안을 두고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고민이 크다"고 보도했다.
유럽의 핵무기는 냉전시기 체결된 '핵부담 분담 원칙'에 따른 것이다. 원칙적으로 미국 소유인 이들 핵무기는 NATO 협약에 따라 배치국 군 통제로 이관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1968년 체결된 핵비확산조약(NPT)과 위배된다. 이들 4개국은 NPT에 가입해 '핵무기의 이전과 직ㆍ간접적 통제를 수용하지 않을 것'을 약속한 상태다.
핵무기 처리 방안을 두고 유럽 각국은 미국 및 NATO와 갈등하고 있다. 현상유지를 주장하는 미국과 NATO는 "핵무기는 여전히 NATO 안보를 위해 중요하며, 회원국들의 핵개발 억지 효과도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해당국의 주장은 다르다. 벨기에 의회는 즉각적인 핵무기 철수를 요구하고 있으며 귀도 베스터벨레 독일 외무장관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선언한 '핵 없는 세계'를 언급하며 철수를 촉구했다.
FSA의 군축 전문가인 한스 크리스텐센은 "1991년 한국에서 핵무기가 철수된 후에도 태평양 지역은 장거리 핵미사일의 보호를 받고 있다"며 "유럽도 핵무기 철수 후 미사일을 통한 핵우산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지향 기자 j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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