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생선 고유의 맛을 느끼려면 뭐니뭐니해도 회로 먹어야 한다고들 이야기한다. 고기 마니아들도 마찬가지 주장을 한다. 육회를 먹어야 제대로 된 고기 맛을 봤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
아직까지 생선회에 비해 육회는 쉽게 접하지 못하는 음식이다. 비교적 규모가 큰 고깃집에나 가야 메뉴에서 육회를 찾아볼 수 있다. 초대받아 간 뷔페식당에서 모처럼 육회를 보면 기회다 싶어 접시에 한 가득 담아다 실컷 먹고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사정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육회 전문 프랜차이즈가 전국에 약 300개나 생겼다. 프랜차이즈 업계도 이례적으로 빠른 확산 속도에 놀라고 있다. 육회 전문점은 '육회는 고급 음식'이라는 편견을 깨고 대중화에 성공한 듯 보인다. 하지만 진짜 전쟁은 이제부터다.
육회 전문점이 뜨는 이유
육회 전문 프랜차이즈가 갑자기 많아진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육회의 기본 재료인 우둔살(소 엉덩이살)은 좋은 등급이 100g에 1,600원 선. 마블링(근내지방)이 적기 때문에 다른 부위에 비해 싸다. 들어가는 식 재료도 그다지 많지 않다. 양념에 넣는 마늘 소금 참기름 깨와 각종 장류만 있으면 된다. 굽거나 볶는 과정이 없으니 조리 기구도 간단하다. 기존 고깃집에 비해 소규모 점포에서도 운영이 가능하다. 특별한 조리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양념에 살살 버무려 내면 그만이다. 전문 요리사가 아니더라도 금방 배워 만들 수 있다. 결국 식 재료 원가와 자재비뿐 아니라 인건비도 적게 드는 사업인 것이다.
조리 시간이 짧아 음식이 빨리 나오고 뜨겁지 않으니 손님도 빨리 먹는다. 그만큼 좌석 회전율이 높다. 창업자에겐 큰 부담 없이 도전해 볼 수 있는 아이템인 것이다.
소비자들도 반갑기는 매한가지. 굳이 고깃집이나 뷔페를 가지 않아도 한우 구이보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1, 2명이 2만원 안팎)에 육회를 먹을 수 있게 됐다. 퇴근 시간 직후 육회 전문점은 연일 만석을 이룬다. 틈새시장을 제대로 공략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가맹 확장으로 과열 경쟁 우려도
단기간에 급속도로 늘어난 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육회 전문점들은 저마다의 개성을 내세워 고객의 마음 잡기에 나서고 있다. 참기름에 살짝 버무리는 일반 양념과 달리 고추장 간장 된장 같은 장류로 무쳐내 색다른 육회 맛을 내는 건 기본. 전혀 고깃집 같지 않게 세련된 카페처럼 인테리어를 한 곳도 있고, 허름한 선술집 분위기를 연출해 육회를 친근한 서민 음식으로 자리매김하려는 곳도 있다.
쇠고기의 질도 고객 유치에 빼놓을 수 없는 요건이다. 이준혁 육회본좌 대표는 "우리 매장에선 1+ 이상의 등급을 받은 한우만 쓴다"며 "2등급 이하의 고기는 육즙이 다 빠져나가 윤기가 없고 퍽퍽해 맛이 없다"고 말했다.
유통에 걸리는 시간을 최대한 줄여 양질의 쇠고기를 확보한다는 전략도 있다. 임영서 육회달인 대표는 "도축한 지 24시간이 안 지난 고기로만 육회를 만든다"며 "쇠고기는 도축한 뒤 시간이 지날수록 색이 어둡고 질겨진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육회 전문 프랜차이즈의 과열 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비슷한 메뉴와 콘셉트의 매장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상표법 위반을 둘러싼 소송까지 진행되고 있다. 정상 절차를 무시한 채 가맹점만 늘리는 업체도 있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육회라는 단어로 가맹 사업 거래 업체를 검색해 보면 정보공개서를 등록한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3개밖에 안 나온다. 김만환 공정위 가맹유통과장은 "등록하지 않고 가맹 계약을 하면 가맹사업법 위반으로 시정조치 대상이 된다"며 "최근 일부 육회 관련 가맹 본부에 등록을 촉구하는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 가정용 육회 레시피
가정에서도 얼마든지 손쉽게 육회를 만들어 먹을 수 있다. 문제는 신선한 우둔살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일반 정육점에는 대부분 우둔살이 없어 따로 구해 달라고 부탁해야 한다.
사실 육회에는 소의 앞다리살 홍두깨살 설깃살도 괜찮다. 소의 꼬리뼈를 기준으로 안쪽 부위를 우둔, 바깥쪽을 설도라고 부른다. 우둔과 설도 사이가 바로 홍두깨살이다. 설도를 다시 두 부분으로 나눠 안쪽은 도가니살, 바깥쪽은 설깃살이라고 한다.
4인 가족이 한끼 반찬으로 육회를 먹으려면 고기가 300∼400g 필요하다. 이 정도 분량이 준비됐으면 염정덕 육회본좌 지배인이 소개하는 가정용 육회 조리법을 따라 해 보자.
▦쇠고기를 결의 반대 방향으로 무 생채 썰듯 채 썬다
▦마늘 3, 4개를 즙이 나올 정도로 곱게 찧는다. 마늘이 너무 많으면 고기 맛을 가리니 적당량을 써야 한다
▦찧어 낸 마늘에 설탕 소금 참기름을 넣어 양념을 만든다
▦채 썬 고기에 양념을 얹고 간이 배도록 조물조물 무친다
▦양념한 고기를 탁탁 털면서 접시에 소복하게 담는다
▦취향에 따라 달걀 노른자를 얹어 먹기 직전에 버무린다
▦양파 깻잎 배를 채 썰어 육회와 함께 먹으면 느끼함을 없애 준다
임소형 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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