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88년, 해발 1,300m 알프스 산중에 지어진 카르투지오 수도회의 그랑드 샤르트뢰즈 수도원. 1960년 수도사들을 찍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수도원에 들어갔던 기자들이 찍은 사진 몇 장으로만 바깥 세상에 그 모습이 공개된 철저한 봉쇄의 공간이다.
1984년, 침묵의 영화를 구상하던 독일 영화감독 필립 그로닝은 기획안을 들고 카르투지오 수도원을 찾아간다. 하지만 차가운 거절. 그리고 15년이 지난 1999년, 감독은 수도원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아직 그 프로젝트를 염두에 두고 있으신가?"
2002년 촬영이 시작됐다. 수도원이 내건 몇 가지 조건. 인공 조명과 인공 음향 금지, 수도원 삶에 대한 해설ㆍ논평 금지, 스탭 없이 감독 혼자 촬영. 또 덧붙여진 조건은 '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이되 경쟁 부문에 진출해서는 안 된다'는 것. 수도원은 성공을 강요하는 경쟁의 장에 그들의 삶이, 영화가 놓이는 것을 원치 않았던 것이다. 촬영ㆍ편집은 3년여 동안 진행됐다.
2005년 베니스영화제를 시작으로 이 영화는 화제를 모으며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됐고, 선댄스영화제 월드시네마 다큐멘터리 부문 심사위원특별상 등 여러 상을 휩쓸었다.
3일 이 영화가 국내 개봉됐다. '위대한 침묵'이라는 제목처럼 영상은 상영시간 162분 동안 거의 시종 침묵 속에 이어진다. 기척 없이 지고 뜨는 해와 별처럼 신의 섭리를 좇는 수도원의 일상, 그 적요한 침묵을 담은 영상은 압축된 시간과 함께 깊어지고 다채로워진다. 그 시간과 공간을 말없이 품어 두른 알프스의 연봉과 구름과 하늘…. 언어가 사라진 뒤에 보이기 시작하는 것들, 누리게 되는 것들을 이 영화는 질리도록 보여준다. 시네코드 선재에서 하루 4차례 상영한다.
최윤필 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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