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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화폐개혁/ "체제 반감 확산… 경제·후계구도 후폭풍"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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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화폐개혁/ "체제 반감 확산… 경제·후계구도 후폭풍" 예고

입력
2009.12.04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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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 개혁 이후 북한은 도대체 어디로 가는 걸까. 중대한 경제 실험인 화폐 개혁 조치가 과연 성공할지, 실패한다면 북한 체제는 어떻게 되는 건지 등 궁금증이 꼬리를 물고 있다. 북한 전문가들은 대부분 "단기적으로 체제 불안이 확산되고 중장기적으로는 경제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그렇다고 체제 붕괴 등 대혼란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11ㆍ30 화폐 개혁으로 구화폐 10만원까지만 교환을 허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문은 쉬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10만원 이상을 보유한 주민의 경우 나머지 돈은 휴지 조각이 되기 때문에 이번 조치에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인민들의 정권에 대한 인식은 더욱 안 좋아졌고, 감정이 나빠지면 체제 불안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는 것이다.

한 대북 소식통은 "평양 신의주 등 주요 도시 거리는 시장과 상점이 문을 닫는 바람에 마치 계엄령이 내린 것처럼 삼엄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대북 소식지 '좋은 벗들'도 3일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 "버릴 수도 없고 어쩔 수도 없는 돈을 처리하려고 주민들 사이에 갖가지 방식이 나타나자 전국적으로 보안원(경찰)들이 일제 잠복에 들어갔다"며 "주민들은 이를 눈치 채고 지인과 가족들에게 '타인과 마주서면 절대 입을 봉인하라'고 주의를 준다"고 소개했다. 소식지는 또 "신의주 채하시장에서는 돈 보따리를 들고 와 닥치는 대로 물건을 사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주민 반발이 계속되면서 교환 한도를 올렸다는 보도도 나왔다. 인터넷매체 데일리NK는 "북한 당국이 기존의 한 가정당 10만원에 추가해 가족 1인당 5만원씩 더 교환할 수 있도록 했다"며 "4인 가족의 경우 30만원까지 신권 교환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다른 소식통은 "당국이 각 가구에 신권 500원씩 주기로 했다는 얘기도 있다"고 전했다. 돈을 많이 갖고 있는 주민들이 그렇지 않은 이웃들에게 구권 화폐를 주면서 신권화폐를 받으면 나누어 쓰자고 제의하는 경우도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북한 당국이 외화 사용을 금지했다는 소문도 나돈다. 그만큼 주민 반발의 강도가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노동당 중심의 1인 독재 체제를 구축해온 북한 사회는 통제 시스템이 강하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아직 북한 당국이 사회를 통제하고 장악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 위원장이 지난달 중순 1998년 국방위원장 취임 이후 처음 인민보안성(경찰청)을 방문한 것도 화폐 개혁을 염두에 둔 사회 통제 강화 사전 행보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좋은 벗들은 "화폐 교환 관련 부정 행위에 대해 '무자비하게 징벌하라'는 내각 지시가 내려왔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가 실제 경제 발전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화폐 개혁 이후 인플레이션을 막고 북한 주민에게 물자를 문제 없이 공급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그럴 능력이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박형중 위원은 "시장 활동이 어려워진 만큼 당장 국영 공장을 돌려 물자를 공급해야 하는데 이런 조치를 취할 재원에 한계가 있어 결국 문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화폐 개혁 조치 실패는 당연히 김 위원장 3남 김정은의 후계 체제 구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베트남의 경우 79년 시장경제 요소를 도입한 뒤 사회 이완이 심해지자 85년 화폐를 개혁했으나 그래도 경제가 살아나지 않자 결국 개방을 선택했었다. 북한이 베트남과 같은 길을 걸어갈지, 기로에 서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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