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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우 청소년 골퍼의 대부/ 아카데미 운영 표창환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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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우 청소년 골퍼의 대부/ 아카데미 운영 표창환 프로

입력
2009.12.04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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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부평구 구산동의 한 골프연습장.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골프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는 표창환(52) 프로는 초겨울의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미래의 타이거 우즈'를 꿈꾸는 학생들을 지도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결손가정 학생들에 숙식 제공하며 무료 레슨

"공만 잘 치기보다 인성 갖춘 골퍼 길러야죠"

이 중 유독 표 프로가 애정을 쏟는 선수가 있다. 올해 세미프로 자격을 획득한 백현범(20) 프로다. 백현범은 표창환 프로가 10년 전부터 지도해 온 친자식과 다름 없는 제자다. 고아 출신으로 할렐루야 골프단 소속인 백현범은 표 프로의 아낌없는 지원과 애정에 힘입어 하루가 다르게 기량이 급성장하고 있다.

백현범 뿐만이 아니다. 표창환 골프 아카데미에는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라 온 결손가정 학생들이 많다. 이 모든 게 수년 동안 레슨비도 받지 않고, 필요할 때에는 집에서 숙식까지 제공하며 친자식처럼 지도해 온 표 프로의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표창환 프로는 "골프채를 잡지 않았으면 비뚤어질 아이들입니다. 골프를 하면서 자신의 미래를 꿈꾸기 시작했고, 사회와 어울리는 법도 알아가고 있습니다. 이 아이들이 홀로 서서 성장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 주는 것이 저의 임무입니다"라고 말한다.

표 프로는 '뿌린 대로 거두는 인생'을 살게 하기 위해 아들 성민(24)에게도 골프 선수의 길을 가게 했다. 2005년 호신배 대회를 제패하고 한국 아마선수권 2등을 차지한 성민은 이후 2년 동안 태극마크를 달기도 했고, 지금은 군복무 중이다.

표창환 프로는 20대 중반 대한항공에 입사해 보안 승무원(항공 경찰)으로 10여년 동안 일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출장 중에 숙소 앞에 있던 골프연습장을 찾은 것이 계기가 돼 골프의 세계에 매료됐다. 태권도 3단에 각종 스포츠에 만능이었던 표 프로는 골프 시작 6개월 만에 싱글에 진입했고, 이후 평생 동안 85타를 넘어본 적이 없다.

지금은 세계적인 스타가 된 최경주와 92년 세미프로 동기의 인연으로 의형제처럼 지내는 표 프로는 96년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프로 자격을 획득했다. 지난해부터는 시니어투어에 참가해 상금랭킹 16위에 올랐고, 평균타수 74타 내외를 유지하고 있다.

표 프로는 내년에 자신의 골프 아카데미를 일산으로 옮길 계획이다. 좀더 나은 환경에서 더 많은 불우 청소년에게 혜택을 주고 싶어서다. 표 프로는 "공만 잘 치는 기계로 자라서는 안 됩니다. 사회에 공헌하고 주위를 돌볼 줄 아는 인성을 갖춘 골퍼가 돼야죠"라며 온화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인천=허재원 기자 hooa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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