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충남지사가 3일 세종시 수정 추진에 반발해 지사직을 사퇴한 것은 세종시 국면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칠 것이다. 물론 근본적인 구도를 흔들 정도는 아니다 하더라도 여권에겐 악재일 수밖에 없다.
우선 여권 주류의 세종시 수정 추진 동력에 부정적 파장을 줄 것이다. 여야 갈등뿐 아니라 한나라당내 친이_친박 갈등도 첨예한 마당에 여당 소속 지사의 사퇴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특히 행여 이 지사 사퇴 이후 충청 지역 기초단체장이나 지방의회 의원 등의 추가 사퇴가 이어진다면 여권의 부담은 커질 수 있다. 상황에 따라 당내 친이-친박 갈등을 심화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개연성도 있다.
한나라당 한 친이 직계 의원은 "세종시 논의 결과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파장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정치적 논란을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흐를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지사의 사퇴가 충청민심을 달래는 효과를 부를 수 있다는 역발상적 시각도 있다.
아울러 이 지사의 사퇴 배경에 대한 관심도 많다. 아직 세종시 대안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사퇴한 것은 좀 이르지 않느냐는 시각에서 궁금증은 더 커진다. 이 지사 본인은 "선출직 도지사로서 세종시 원안을 지키겠다고 수차례 약속해왔다"며 약속 준수를 가장 강조했다. 지사로서 원안이 흔들리는 상황을 책임지고, 원안 사수 결의를 보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이런 명분만은 아니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즉 이 지사가 과감한 사퇴를 통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향후 충청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선 이 지사가 향후 적절한 시점에 중앙 정치 무대로 복귀할 것이라는 관측이 공공연하다.
이 지사가 이날 한나라당을 탈당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하지 않은 것도 이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 도지사이면서도 충남도청이 아닌 국회에서 굳이 사퇴 회견을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이날 이 지사의 사퇴에 대해 여권에서는 '안타깝다'는 반응과 '경솔하다'는 비판 및 우려가 함께 나왔다. 청와대 김은혜 대변인은 "안타깝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진정성을 갖고 설득하겠다는 대통령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은 "정부의 대안이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는 분이 경솔한 모습을 보여 안타깝다"고 논평했다.
반면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은 "용기와 결단에 안타까움을 표하지만 사실 충남지사가 책임질 필요는 없어 보인다. 이제 대통령이 약속을 지킬 차례"라고 강조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세종시 수정에 반대하려면 사퇴보다 한나라당 탈당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 주 초 박형준 정무수석을 대전으로 보내 이 지사의 사퇴를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녹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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