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무(디자이너 박춘무씨의 여성복 브랜드) 옷 좀 입어 봤으면 하며 자랐는데 지금 그 대선배와 함께 뉴욕에 진출하게 됐으니 더 없는 영광이죠."
최근 느닷없이 나타난 신인 디자이너에 패션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도이(34)씨가 주인공이다. 이씨는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 패션의 글로벌화를 목적으로 내년 2월 미국 뉴욕패션위크 기간 현지에 패션문화쇼룸까지 마련해 집중 지원키로 한 6명(팀)의 디자이너에 당당히 끼었다.
국내엔 거의 소개되지 않았던 신인이 정욱준 정구호 박춘무 앤디&뎁(윤원정 김석원) 홍승완 등 국내 패션계의 쟁쟁한 톱 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점에서 패션 관계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더구나 이씨는 국내 심사에서 최하위였다가 해외 심사위원들로 구성된 2심에서 최상위 평점을 받아 최종 선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다 떨어진 줄 알았는데 뒤늦게 기쁜 소식을 받았다"며 "뉴욕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었는데 엄청난 기회를 잡은 셈"이라고 말했다.
대구 출생인 이씨는 계명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영국으로 유학, 패션 스쿨인 세인트센트럴마틴에서 패션 디자인과 니트 웨어를 전공했다. 2002년 졸업과 동시에 존갈리아노스튜디오에 입사했으며 이후 겐조의 수석 아트디렉터이며 패션쇼의 귀재로 불리는 안토니오 마라스의 권유로 겐조에 합류, 럭셔리 패션 업계에서 실력을 쌓았다. 2006년 10월 한ㆍ프랑스 수교 120주년 행사가 한창이던 파리에서 자신의 이름을 건 개인 브랜드 도이파리스(Doii Paris)를 런칭했다.
화려한 럭셔리 업체를 마다하고 독립한 것에 대해 이씨는 "'나 어디서 일했다'는 간판을 만들기엔 충분한 시간"이라고 잘라 말했다. "디자이너라면 누구나 자신의 창의성을 집결해 보여 줄 수 있는 브랜드를 꿈꾸기 마련이고 자신 있다는 생각이 들자 바로 실행에 옮긴 것"이란다.
직접 그린 화려한 프린트, 비딩과 매듭 장식 등 독특한 수작업이 돋보이는 도이파리스는 프랑스보다 오히려 미국 독일 영국 등의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드레스 한 벌의소매가가 150만~350만원에 달하는 고가 제품이지만 미국 뉴욕의 럭셔리 백화점 버그도프굿만이 제품 수주 상담을 진행할 만큼 인정받았다. '180cm의 슈퍼 모델이 아니어도 이 방에서는 내가 주인공이라고 말하게 해 주는 옷'이라는 평가. 한국에는 8월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사무실 겸 매장을 열었으며 부모가 있는 대구에도 매장을 갖고 있다.
이씨는 "한국 브랜드도 충분히 패블러스(fabulousㆍ굉장히 멋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겠다"고 말했다.
작은 키에 '최강 동안'이라는 말이 떠오를 만큼 앳된 미모를 자랑하는 이씨는 한류 스타 배용준의 연인이었던 영화감독 이사강의 언니이기도 하다.
이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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