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자신의 능력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근면함을 앞세운 '불도저형' CEO.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는 창업보다는 인수ㆍ합병(M&A)을 선호하고 절제된 감정과 뛰어난 사업 감각이 특징인 냉철한 CEO.
성공한 CEO들은 어떤 기업가 정신을 구현했을까. KAIST 경영대 배종태ㆍ차민석 교수는 3일 국내 예비 창업인들이 가장 닮고 싶어하는 국내외 CEO 30명을 뽑아 16개 유형으로 나눠 '한국형 기업가 정신 모델 정립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를 위해 ▦전문가형과 전략가형(학습ㆍ준비) ▦기회추구형ㆍ생계유지형(창업ㆍ정착) ▦혁신추구형ㆍ효율지향형(성장ㆍ연계) ▦변화지향형ㆍ핵심집중형(발전ㆍ수확) 등 창업 및 사업 활동을 4단계로 나누고 각 단계 별로 어떤 성공 방식과 전략을 구사했는지를 집중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주영, 이병철 전 회장과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은 '기회추구 확대형'으로 분류된다. 이들은 새롭고 과감한 결단으로 새로운 사업을 밀어붙이는 한편, 타고난 사업가적 기질로 뛰어난 위기 관리 능력을 보였으며 M&A를 통해 사업 영역을 넓혀 갔다는 것.
반면 구인회 LG그룹 창업자와 마쓰시다 전기산업 창업자는 기술에 기반해 사업 기회를 추구하고 다른 사람이 하지 않은 업종을 창업해 원천 기술과 특화된 서비스를 보유했다며 '기술기반 구축형'으로 분류했다. 활발한 사회 기여 활동과 마케팅과 영업을 중시했던 최종건 SK그룹 전 회장은 '기술사업 추종형'에 해당된다.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창업자,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CEO는 쉼 없이 틈새 시장을 공략하고 기술 혁신을 선도한 '기술혁신 리더형',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추진력과 실행력이 뛰어나고 다양한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힌 '혁신기회 확장형' 기업가로 이름 붙였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과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 송승환 PMC프로덕션 사장, 모리스 창 TSMC 창업자 등은 기존에 없던 기술과 서비스로 창업해서 관련 분야의 다양한 경험과 높은 관심으로 계속 진화하는 형태로 발전을 추구하는 '기술혁신 집중형'으로 분류됐다.
선천적 난독증에 고등학교 중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항공, 모바일, 음악, 호텔 등 30여개 나라에서 200여개 회사를 일군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창업자는 부족한 경험을 가장 일 잘하는 사람을 뽑아 활용하는 유연한 목표 관리 등으로 '지속혁신 추진형'으로 분류됐다.
차 교수는 "16개 모델은 기업인이나 예비 창업인들이 역할 모델로 삼고 자기에게 맞는 기업가 정신을 얻어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두 교수는 4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중소기업청 주최로 열리는 기업가정신 심포지엄에서 이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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