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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포츠/ 허정헌기자의 '해 봤더니'- 산악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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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포츠/ 허정헌기자의 '해 봤더니'- 산악자전거

입력
2009.12.04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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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끙.' 자전거 페달을 구를 때마다 앙다문 어금니 사이로 신음이 절로 배어 나왔다.

30도를 넘나드는 오르막. 끝까지 고작 30m밖에 되지 않지만 3분의 1도 못 미쳐 자전거가 휘청거렸다.

두 바퀴로 중심을 잡는 것도 서툰데 속도가 나지 않으니 자전거가 옆으로 쓰러지는 건 당연했다. 결국 자전거를 끌고 고개를 올랐다. '다음 번 고개에서 멋지게 성공하리라.' 각오를 다졌다.

산을 오르는 방법은 두 가지다. 걷든지, 타든지. 물론 타는 것도 종류는 많다. 그러나 기계의 힘에 기대지 않고 인간의 힘에 의존해 산을 오르는 방법으로는 산악자전거(MTBㆍMountain Bike)가 으뜸이라는 게 동호인들의 주장이다.

과연 MTB에는 어떤 매력이 있기에 동호인들은 주말마다 자전거를 타고 산에 오를까 궁금했다. 체험을 위해 기자는 1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주교동 원당중 뒷산을 찾았다. 마니아들에게는 아마존산으로 불리는 곳이다. 여름이면 풀숲이 아마존 정글처럼 우거진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실습에 앞서 자전거의 구조부터 배웠다. MTB는 일반 자전거와 사뭇 달랐다. 모든 게 산을 타는데 최적화한 구조였다. 무게 중심을 잘 잡게 하려고 안장에 쿠션이 거의 없고, 돌 나뭇가지 등에 걸릴 수 있어 자전거를 세워 놓을 때 사용하는 지지대도 없다.

구동력을 정확하게 제어하게 하기 위해 기어 변속이 일반 자전거보다 좀더 정밀하고, 앞ㆍ뒷바퀴 모두 제동력이 좋은 디스크 방식 브레이크를 장착했다는 것도 특이했다.

산에서는 오르막 내리막 평지가 반복되기 때문에 MTB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어 변속이다. 이날 교육을 맡은 권영학MTB아카데미의 권 대표는 "기어를 언제 어떻게 변속하느냐가 MTB 수준을 판가름한다"고 강조했다. 다리 힘만으로 산을 오르는 게 아니라 정확한 조작이 우선이라는 얘기다.

드디어 탑승. 자전거 페달을 굴리자 바퀴가 비포장 산길을 손톱으로 움켜쥐듯 한치의 미끄러짐도 없이 차고 나갔다.

영화 '결혼도 못하는 남자'에서 엄정화가 직접 타고 나왔던, 유명한 자전거(가격이 200만원을 호가한다고 한다)라 역시 성능이 좋다고 생각했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MTB는 결국 기계의 힘으로 산을 오르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무게 중심을 앞뒤로 이동하면서 몸을 써야 한다는 걸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첫 번째 만난 오르막. 경사는 20도가 채 되지 않았고, 길이도 5m 남짓. 숨도 차지 않게 가뿐히 오를만했다. 오른쪽 손잡이 아래 엄지 손가락이 닿는 부분에 있는 길이 5㎝의 은색 레버를 서너 번 눌렀다.

체인이 뒤쪽 큰 기어에 물리면서 추진력을 크게 하기 위함이었다. 오르고자 하는 욕심이 과했던 탓일까. 페달을 다소 방정맞을 정도로 빨리 구르자 앞바퀴가 들리면서 균형을 잃었다.

앞서가던 권 대표에게 "너무 저단으로 변속했나 봐요"라고 하소연했다. 그러나 권 대표는 무뚝뚝한 표정으로 잘라 말했다. "무게 중심이 잘못됐잖아요. 상체를 숙여 핸들을 눌러 줬어야죠."

두 번째 오르막도 길이나 경사도는 첫 번째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앞쪽으로 무게를 싣고자 엉덩이를 안장에서 떼고 상체를 숙이면서 페달을 열심히 굴렀다.

앞바퀴가 들리는 대신, 뒷바퀴가 헛돌았다. 앞뒤의 무게 배분이 쉽지 않았다. 또 실패. 권 대표가 헉헉대며 자전거를 끌고 올라온 기자의 어깨를 툭 치며 말을 건넨다.

"이번에 못하면 다음에, 또 실패하면 그 다음에 성공하면 되니까 너무 욕심내지 마세요. 자전거를 끌고 산에 오르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요."

반드시 자전거 안장에 앉은 채 산을 올라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리고 다가온 첫 번째 성공. 1.5㎞ 산길에서 만난 여남은 개의 오르막 중 채 절반도 끝까지 오르지 못했지만 이 한 번의 성공은 큰 성취감으로 다가왔다. 게다가 성취감을 얻는 주기도 짧아졌다.

이제는 돌아갈 차례. 오르막은 거의 없고, 내리막의 연속이다. 이런 코스에서는 스탠딩스킬을 구사해야 한다. 안장에 앉아 내려가면 무게 중심을 잡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충격으로 전립선을 다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페달은 앞ㆍ뒷바퀴와 평행을 이루게 하고 무게 중심을 다리에 두는 게 포인트. 특히 내려갈 때는 무릎을 곧게 펴고 상체는 지면을 마주 볼 정도로 숙여 줘야 한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브레이크. 앞ㆍ뒷브레이크를 동시에 잡으면서 내리막 끝까지 일정한 제동력을 주는 게 관건이다.

스탠딩스킬 자세가 익숙해질 무렵, 자전거를 끌고 올랐던 30m 길이의 경사를 만났다. 오를 때는 숨이 차 헉헉댔지만 위에서 보니 불안감에 숨이 막혔다. 하지만 불안보다 끓어오르는 도전 정신이 한발 앞서 있었다. 온 정신을 손과 발에 집중했다.

무사히 내려가면 초보과정수료증을 주겠노라는 권 대표의 말도, 브레이크 디스크와 패드의 끽끽대는 금속성 마찰음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긴장의 연속. 드디어 내리막을 극복하고 평지에 우뚝 섰다. 해냈다는 성취감에 주먹을 굳게 쥐고 환호성을 올렸다. MTB의 맛을 알게 된 순간이었다.

고양=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사진,고양= 박서강기자 pindropper@hk.co.kr

■ 산악 자전거 초보용 50만~100만원… 독학은 금물, 동호회 가입을

산악자전거(MTB)의 매력은 동네 뒷산처럼 가까운 곳에서 즐길 수 있다는 데 있다. 서울 은평구 수색산, 서초구 우면산, 경기 남양주시 불암산 등 탈 수 있는 곳이 지천이다.

어디서든 탈 수 있다고는 해도 독학은 금물이다.

권영학MTB아카데미의 권 대표는 "길을 잃거나 낭떠러지에서 굴러 다칠 수도 있기 때문에 혼자 자전거를 타고 산에 오르는 것은 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변에 같이 MTB를 탈 사람이 없다면 동호회에 가입해 회원들과 함께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동호회에 가입은 했으나 회원들의 수준을 따라갈 수 없어 걱정이라면 MTB 전문 교육 기관에서 기본기를 익힐 수도 있다. 권영학아카데미에서는 매주 토요일 3시간씩 3회에 걸쳐 기술을 익히는 초보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비용은 15만원.

MTB라고 하면 수천만 원 대의 고가 자전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강하면서도 가벼운 소재로 만든 고급자용은 500만원을 넘기도 하지만 50만~100만원정도면 초보자가 타기에 무난한 자전거를 살 수 있다. 기어와 브레이크 기능이 좀더 좋은 중급자용은 300만원 안팎이다.

두 바퀴로 질주하기 때문에 언제라도 넘어질 수 있어 안전 장비 착용은 필수다. 헬멧은 3만원, 팔ㆍ무릎 보호대는 5만원, 장갑은 2만원 정도여서 10만원이면 한 세트를 마련할 수 있다. 바퀴에서 튀는 흙을 막아 주는 보호안경도 장만하는 게 좋다.

가격은 5만원 안팎이다. 체력 소모가 많은 레포츠인 만큼 수분과 칼로리를 보충할 수 있는 음료와 간식도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복장은 땀을 잘 배출하면서도 추위를 막아 주는 등산복과 잘 미끄러지지 않는 등산화가 무난하다. 단 MTB는 안장에 쿠션이 별로 없어 엉덩이가 아플 수 있으므로 안장과 닿는 부분에 스펀지를 넣은 MTB전용바지를 입어야 한다. MTB 판매점에서 5만원 안팎의 가격으로 판매한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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