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노조,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문제 등에 대한 한나라당의 중재안을 두고 재계 내부의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리며 '사-사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현대ㆍ기아자동차그룹이 3일 한국경영자총협회 탈퇴라는 초강수 카드를 던진 것은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은 반드시 원안대로 시행돼야 한다는 강력한 의사 표현이다.
물론 중재안대로 시행된다 해도 현대ㆍ기아차는 조합원 1만명 이상인 사업자이기 때문에 노조전임자에게 임금을 줄 필요는 없다.
하지만 현대ㆍ기아차가 우려하는 것은 부품 업체와의 관계에서 생길 역풍이다.
회사 관계자는 "자동차 제작에는 2만개 이상의 부품이 필요하며, 이중 하나라도 공급에 문제가 생기면 생산이 불가능하다"며 "회사에 납품하는 대다수 중소 부품업체 노조는 전임자 임금지급금지 조항에 해당하지 않아 파업으로 인한 피해에서 자유로우며, 결국 현대ㆍ기아차 공장가동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 전임자 임금을 지급해서는 안된다는 근거다.
현대차는 또 경총 주장대로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를 대형 사업장에서만 먼저 시행할 경우, 대형 사업장 노조가 불만을 품고 파업을 일으킬 개연성도 높아진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대ㆍ기아차 관계자는 "경총이 정치적 입장만을 내세우며 존재 목적에 역행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경총을 맹비난하고 나섰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총이 노조가 없는 삼성그룹이나 노조가 경영진에 협조적인 LG그룹, 롯데그룹, GS그룹, 현대중공업 등의 주장에만 귀를 기울이는 것 같다"면서"경총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여기에 GM대우나 르노삼성, 한국자동차협동조합도 노조전임자 문제와 관련해 원칙 고수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현대ㆍ기아차그룹의 경총 탈퇴의 여파는 자동차산업 전체로 퍼질 가능성도 있다.
반면 삼성, SK, LG 등 다른 대기업들은 복수노조 허용 유예를 크게 반기고 있다. 복수노조가 도입되면 사업장 내 세력 투쟁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라, 절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이들 기업의 입장이다.
이들은 "4,000여개에 달하는 경총 소속 기업들 중 한나라당 중재안에 반대하는 기업은 현대ㆍ기아차그룹 등 극소수"라며 "현대ㆍ기아차가 회원사 전체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은 채 경총 탈퇴라는 강수를 둬 아예 판을 깨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사진=류효진기자 jsknigh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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