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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기분 좋은 '사과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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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기분 좋은 '사과 뉴스'

입력
2009.12.04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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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읽은 가장 기쁜 뉴스는 "사과를 껍질 채 먹어도 좋다"는 것이다. 그 동안 신문 방송에서 쏟아져 나오는 험하고 어지러운 뉴스들에 지쳐있었는데, '사과 뉴스' 가 산뜻하게 기분을 바꿔줬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대형 마트와 시장 등에서 수거한 사과 배 감 귤 등 과일 4,776건을 검사 한 결과 99.8%에서 농약이 검출되지 않았거나 기준치 이하였다고 발표했다. 잔류 농약이 기준치를 초과한 과일은 귤 6건 복숭아 2건 사과 1건 등 9건에 불과했는데, 물이나 과일 세척제로 씻으면 모두 안전한 수준이었다고 한다.

"껍질 채 먹어도 좋다"

지난 몇 년 동안 껍질 채 먹어도 좋다고 선전하는 사과가 시장에 많이 나왔다. 그러나 나는 선뜻 껍질 채 먹기가 힘들었다. 한 두 쪽 맛보기로 껍질 채 먹은 후 결국은 껍질을 벗겨야 안심이 되었다. 선물로 받았던 한 상자는 위에만 싱싱한 사과가 들어있고, 밑에는 모양도 나쁘고 상한 것까지 들어 있어서 선전을 믿기가 더 어려웠다. 농약 공포와 의심증 때문에 껍질 채 먹는 것을 망설인 소비자들이 많았을 것이다.

그런데 식약청에서 이런 발표가 나와 참 반갑다. "껍질 채 먹어도 좋다"는 말을 생산자뿐 아니라 식약청에서도 해주니 불안이 말끔히 가신다. 그리고 시판되는 과일의 99.8%가 안전했다는 검사 결과를 우리나라의 생활 수준을 말해주는 중요한 지표로 받아들이면서 흐뭇해진다.

서울시가 11월 말에 실시한 김장 재료에 대한 안전성 검사에서도 좋은 결과가 나왔다. 시내 전역에서 배추 무 파 마늘 건고추 등 농산물과 소금 젓갈 등 409건을 수거하여 잔류농약 세균 중금속 색소 등을 검사했는데, 0.4%인 2건만이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2건은 건고추와 깐쪽파로 모두 잔류농약이 기준치를 넘었다.

얼마 전에는 불량 꿀을 대량 제조하여 유통시켜 온 일당이 잡혔다. TV 뉴스에서 제조 현장을 본 후 지금 먹고 있는 국산 꿀을 버려야 할지 먹어도 될지 찜찜했다. 멀쩡한 상표가 붙어있긴 하지만, 대량 유통됐다는 불량 꿀과 전혀 상관이 없을 거라는 믿음을 갖기 어렵다. 불량 꿀 제조는 잊을 만 하면 터져 나오는 사건인데, 이러다가 국산 꿀 전체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당국의 단속도 필요하지만 양봉업자들도 대책을 세워 소비자들을 안심시키는 '꿀 뉴스"가 빨리 나오도록 해야 한다.

친구들과 사과를 껍질 채 먹으면서 즐겁게 옛날 얘기를 했다. 사과를 쓱쓱 옷에 비벼서 씻은 후 양손으로 짝 쪼개어 먹던 시절, 우리는 사과를 쪼갤 수 있을 만큼 손에 힘이 있는 친구를 부러워했다. 그 때 홍옥이나 국광은 요즘 맛있는 품종에 비해 손색이 없었는데, 사라진 것 같아 섭섭하다.

사과 감 귤 포도 등의 껍질에는 비타민과 만성질환을 예방하는 영양소가 들어있다. 감기를 예방하려면 귤 껍질을 끓여 차를 만들어서 많이 마시라는 기사가 겨울이면 신문 가정란에 실리곤 했다. 지금은 귤이 넘쳐나니 귤 껍질로 차를 만들어 마시라는 말이 먹힐지 모르겠다.

과일 이야기를 쓰다 보니 지난 달 광릉에 다녀오며 도로변 곳곳에서 본 사과와 감이 떠 오른다. 노란 감과 빨간 사과를 멍석 가득히 펼쳐 작은 언덕을 이룬 과일 노점의 늦가을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우리 일행은 "와, 저것 좀 봐! 저 디자인 솜씨 좀 봐!"라고 소리질렀다.

과일 맛에 행복한 세상

올해 가을엔 과일 풍년이어서 값이 작년보다 20%나 떨어졌다고 한다. 주택가 골목마다 과일을 실은 트럭들이 놀랄 만큼 싼 값으로 과일을 팔고 있다. "과일을 껍질 채 먹어도 좋다"는 반가운 소식이 과일 소비를 늘리기를 기대해 본다. 많은 사람들이 배 사과 귤 감 등 맛있는 우리나라 과일을 먹으면서 더 행복해 졌으면 한다. "과일을 껍질 채 먹어도 좋다"는 뉴스가 가장 중요한 뉴스가 되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장명수 본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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