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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합 자진신고' 면죄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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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합 자진신고' 면죄부 논란

입력
2009.12.04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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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규모의 과징금(6,689억원) 부과로 막을 내린 공정거래위원회의 액화석유가스(LPG) 조사 결과, 6년 동안 지속된 가격담합을 주도한 건 E1과 SK가스였다. 하지만 이들이 받은 제재수위는 판이했다. E1은 1,894억원의 과징금에 검찰고발까지 당한 반면, SK가스는 993억원의 과징금만 부과된 것이다.

이유는 오직 하나, 자진신고 여부였다. SK가스는 '자수'했기 때문에 과징금을 감면을 받은 것이다. 이들 수입사에서 LPG 가격정보를 얻어 담합에 가담한 4개 정유사중 맏형격인 SK에너지도 자진신고 한 덕에 아예 과징금을 한 푼도 내지 않게 됐다. 점유율이 낮은 나머지 3개사가 수백억원대 과징금을 물게 된 것과 확연히 대비된다.

3일 공정위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번 LPG 담합사건을 계기로 '리니언시 제도(자신신고자 감면제)'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한쪽에서는 "리니언시가 초대형 담합사건을 적발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평하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담합 주도자가 오히려 면죄부를 받게 됐다"고 비판이 들끓는다.

리니언시 제도는 담합(카르텔)을 자진신고하는 기업에게 제재를 깎아주는 제도. 현재 공정위는 먼저 신고한 업체는 과징금을 전액 면제해주고, 2순위 신고업체는 50% 감면해준다.

많은 전문가들이 리니언시의 필요성은 인정한다. 어지간해서는 증거를 찾기 어려운 담합 조사의 특성상 '당근(제제감면)'을 통해 기업들의 자수를 유도하는 한편, "우리중 누군가 신고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조성해 담합 자체를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도 대부분 이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민병희 참여연대 경제조사팀 간사는 " 담합을 적발하는데 리니언시를 대체할 다른 효과적인 제도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고 전성인 홍익대 교수도 "리니언시로 인해 담합체계가 불안정해진다면 정책목표로 가장 바람직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문제는 부작용이다. 주로 점유율이 높고 담합을 주도한 업체들이, 먼저 자진신고를 함으로써 과징금을 면제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단지 먼저 자수했다는 이유로 '큰 죄'를 진 기업은 벌을 받지 않고, 나머지 작은 기업들만 무거운 처벌을 받는, 형평성의 문제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또 과징금 자체가 담합으로 인한 부당이득을 환수하는 성격인데, 자진신고업체에 과징금을 면제해주면 결국 부당이득 자체를 용인하는 문제점도 있다. 한국경쟁법학회장을 맡고 있는 신현윤 연세대 교수(법학)는 "조폭 두목은 면제를 해주고 행동대장만 처벌한다면 모순이 있지 않겠느냐"면서 "담합 주도업체의 경우 1순위로 신고를 했더라도 100% 면제보다는 일부 감면 혜택만 주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일률적으로 2순위 업체까지 감면혜택을 주는 것도 문제다. 실제로 2개 업체가 담합을 해도 1, 2순위로 신고를 하면 모두 감면을 받는 극단적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미국의 경우엔 1순위 업체에만 과징금 100% 면제 혜택을 준다. 신 교수는 "담합에 가담한 업체 수의 일정 비율로 감면 혜택을 주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도 이런 리니언시 제도의 개선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정호열 공정거래위원장 역시 "부분 수정 방안을 마련해 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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