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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결손 부처'를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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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결손 부처'를 우려한다

입력
2009.12.04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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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 들어 영유아, 아동, 청소년, 가족이라는 대상이 한데 묶이고 그들을 위한 보건 및 소득보장, 사회적 서비스들이 한 부처로 통합되는 것을 보고 다행이라 생각했다. 우리 국민도 요람에서 무덤까지 생애 주기 별로 단절 없이 국가의 보호와 지원을 받을 수 있겠구나 싶었다.

청소년 육성업무는 체육청소년부, 문화체육부, 문화관광부, 국가청소년위원회 등을 거치면서 보건복지가족부의 아동업무와 함께 움직이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또한 지난 정부에서 가족이 여성가족부로 가는 바람에 아동과 가족지원이 함께 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우리 아동복지 현장에서 가족중심 실천이 어려운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았다.

아동ㆍ청소년 정책 함께

아동과 청소년 업무의 분리는 비논리적이며 효율성에서도 보탬이 되지 않는다. 우리 아동복지법과 유엔의 아동권리협약은 아동을 18세 미만의 자로 규정하고 있다. 반면 청소년기본법은 청소년의 연령을 9세부터 24세 이하로 잡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초ㆍ중ㆍ고생 대부분은 아동이면서 청소년에 해당하게 된다. 이러한 법적 모순과 그에 따른 업무 중복성, 부처 차이에서 오는 업무 조율 및 협조의 어려움은 행정 현장과 학계에서 누누이 지적돼 왔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보건복지가족부는 아동(영유아 포함), 청소년에 관한 법을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아동계, 청소년계, 복지계 등과의 수많은 논의를 통해 구체적 내용에서는 이견이 있을 지라도 미래 세대에 생애 주기 별로 틈새 없는 보건, 보호, 복지, 육성을 제공할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초석을 마련해가고 있었다.

그런데 10월 말 갑자기 보건복지가족부의 청소년, 가족 기능을 여성부로 이관하여 여성가족부로 확대 개편하려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의원입법으로 발의되었다. 청소년계는 부처 명칭에 자신들의 정체성이 드러나는 것을 조건으로 여성부 이관을 찬성하고 나섰다. 최근 뉴스에 따르면 정부와 한나라당은 당정회의를 열어 '여성청소년가족부'로의 개편을 논의했다고 한다.

아동, 청소년 업무는 이들을 독립적이며 역량 있는 성인으로 키우기 위한 사회적 투자이다. 이 과정에서 소득 유지, 신체적ㆍ 정신적 건강 등 다양한 욕구에 대한 종합대책은 필수적이다. 가족도 아동, 청소년과 분리될 수 없는 체계이므로 가족 정책은 아동, 청소년 정책과의 유기적 연계 속에 진행될 필요가 있다.

이 때문에 일본은 후생성이라는 한 부처 아래 영유아부터 노인까지 다 아우르다, 저출산 고령화와 여성고용 문제가 심각해지자 노동성을 통합하여 현재는 후생노동성이 전국민 대상 종합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 또한 오래 전부터 보건사회서비스부를 통해 모든 연령대 국민들에게 소득 및 건강보장, 사회적 서비스를 통합 지원하고 있다.

여러 나라들이 통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모색하고 있다. 가장 중요하게는 대상자, 소비자 중심의 정책과 사업을 펴나가고 있다. 이런 때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정책의 무원칙과 비일관성 속에 정치 논리로 부처의 기능을 재단하고 있다. "여성부 업무와 청소년 육성이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라는 부처 통합 논리라면 대한민국에서는 여성부와 교육을 함께 묶는 것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

원칙 없는 부처 개편 논의

우리는 흔히 부모 중 한 사람 이상이 없거나 양육기능을 다하지 못할 때 그 가족을 '결손 가족'이라 부른다. 보호하고 지원해야 할 대상을 위한 구조를 갖추지 못했거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부처는 '결손 부처'일 수 밖에 없다. 결손 가족이 국가의 지원이나 주변의 도움이 없으면 얼마나 많은 어려움을 겪는지 우리는 잘 알지 않는가? 나누기 어려운 기능들은 함께 두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한다.

홍순혜 서울여대 사회복지학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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