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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화폐개혁/ 박정희 단행한 62년 긴급통화조치 닮은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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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화폐개혁/ 박정희 단행한 62년 긴급통화조치 닮은 꼴

입력
2009.12.04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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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전격적으로 단행한 화폐개혁은 화폐의 액면단위를 100 대 1로 절하한다는 점에서 엄밀히 말하면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ㆍ화폐액면절하)'이다. 전후 독일이나 최근 짐바브웨 등 초(超)인플레이션이 나타난 국가들이 이런 리디노미네이션을 단행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수년 전 한국은행을 중심으로 리디노미네이션이 추진되기도 했다.

그러나 보통 리디노미네이션은 단행하더라도 구권과 신권이 상당기간 동시 사용되며, 교환한도를 제한하지도 않는다. 반면 이번 북한케이스는 신구 화폐의 교환 한도와 시기를 정하고, 나머지는 은행 등 금융기관에 의무적으로 흡수시킨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북한화폐개혁이 1962년6월 박정희 군사정권이 단행했던 3차 긴급통화금융조치를 연상시킨다고 지적한다.

당시 군사정권은 침체된 경제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확장적 재정ㆍ통화정책을 실시했으나, 1년 만에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졌다. 정부는 급증한 유동성을 흡수함은 물론, 무엇보다 장롱속에 은닉된 부정 축재자금을 끌어내 산업 투자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명목으로 62년6월9일 전격적인 긴급통화조치를 발표한다.

이 조치는 '10환'을 '1원'으로 바꿈으로써 ▦화폐단위변경과 ▦액면절하를 모두 포함했다. 아울러 환단위 화폐통용을 전면 금지시키면서 6월17일까지 1주일 동안 모든 환 단위 기존 화폐를 은행에 의무적으로 예금시키도록 했다. 교환한도도 정해, 생활비 명목으로 1인 당 5,000환까지만 500원으로 교환을 해 주었다. 은행에 강제로 예금된 돈은 지불을 동결시키고 장기산업자금으로만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이 같은 화폐개혁은 미국에도 겨우 48시간 전에 통보했을 정도로 비밀리에 진행됐다. 북한의 이번 화폐개혁과 상당히 유사한 대목이다.

그러나 이 조치가 전격적으로 단행된 후 경제에 큰 혼란이 온데다 자금이 묶여 산업계가 큰 어려움을 겪는 등 정반대의 효과가 나타났다. 게다가 실제로 이 조치를 통해 양지로 나온 지하자금이 예상에 훨씬 못 미치는 적은 금액으로 드러나자 정부는 다음달 27일 새로운 조치를 발표하며 예금 동결을 철회했다.

김대호 고려대 교수(경영학)는 "당시 군사정권이 화폐개혁을 단행한 것은 이전 정권에서 부를 축적한 세력을 와해시키고 그들이 축적한 자본을 신 정권으로 이전시키기 위한 것이었다"면서 "북한도 김정일 체제에서 김정은 체제로 세대교체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옛 시대를 정리하고 새 시대를 열기 위한 조치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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