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유독 일이 뜻대로 안 될 때가 있다. 이를 머피의 법칙이라고들 부른다. 우리 집에도 머피의 법칙이 있다. 엄마나 아빠가 직장에서 휴가를 내면 우리 아이는 꼭 된통 앓는다. 지난해에도 그랬고 올해도 그랬다.
워킹 맘에게 휴가란 단순한 휴식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평소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 주지 못하는 미안함에 대한 보상 심리가 이 시기에 최고조에 달한다. 휴가 첫날엔 어딜 데려가고, 둘째 날엔 뭘 해서 먹여 주고, 마지막 날엔 무슨 선물을 사 줘야지 하며 몇 주일 전부터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아이가 휴가 때마다 열이 나고 토하면서 이런 계획은 번번이 물거품이 되곤 했다.
'도대체 왜 하필 나에게만 머피의 법칙이 따라다니는 걸까.' 원하는 대로 일이 풀리지 않을 때마다 이런 생각 들만하다.
과학의 눈으로 보면 머피의 법칙은 확률이다.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날 확률을 꼼꼼하게 계산해 머피의 법칙을 반박한 과학자들도 있다.
예를 들어 영국 물리학자 로버트 매튜스는 빵에 잼을 바르다가 놓치면 꼭 잼이 묻은 면이 바닥에 닿으면서 떨어진다는 머피의 법칙을 증명했다. 손바닥 위에 있던 빵은 떨어지면서 회전하게 되는데 이때 잼이 묻지 않은 면이 아래로 향하려면 한 바퀴를 온전히 돌아야 한다. 그러나 떨어지는 속도와 중력의 세기 같은 여러 가지 물리적 요인을 고려해 계산한 결과, 손바닥 정도 높이에서는 빵이 한 바퀴를 채 돌지 못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반 바퀴만 돌아 뒤집어진 채 떨어지는 게 물리학적으로 당연하다는 얘기다.
과학자들은 머피의 법칙이 뇌에서 일어나는 선택적 기억이란 메커니즘 때문에 생긴 거라고도 설명한다. 바라던 대로 술술 풀린 일들은 쉽게 잊혀지고 그렇지 않은 일들만 뇌 속 저장 공간에 오래 남는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머피의 법칙은 주관적 통계 처리 때문에 생기는 오해라는 말이다.
일리 있어 보인다. 휴가를 맞은 엄마 아빠가 들뜬 마음에 일정을 빽빽하게 짠 게 아이의 몸에 무리가 됐을지 모른다. 아니면 21개월 동안 별다른 사고 없이 건강하고 밝게 자라 준 사실은 까맣게 잊고 휴가 때 아팠던 기억만 떠올린 걸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아이가 엄마 아빠의 스케줄에 맞춰 주길 바랬던 이기적 마음이 깔려 있었던 것 같다. 한 과학자의 저서에서 읽은 내용이 떠오른다. '머피의 법칙은 세상이 우리에게 얼마나 가혹한가를 말해 주는 법칙이 아니라 우리가 세상에 얼마나 많은 것을 무리하게 요구했는가를 지적하는 법칙이다.'
임소형 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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