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카' 개발 경쟁이 뜨겁다. 세계 자동차 업체들은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 클린디젤차 등 그린카 개발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 그린카 시장을 선점하지 않으면 지속성장이 어렵기 때문이다. 각국 정부도 세제 혜택을 주고 자동차 연비 기준을 높이는 등 그린카 개발과 보급을 총력 지원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그린카 4대 강국' 진입을 목표로 제시한 것도 그런 노력이다.
그린카는 연료 소비가 적고 환경에 주는 부담을 최소화한 고효율ㆍ친환경 자동차를 말한다. 기후변화협약 시대를 맞아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는 절박한 과제이다. 자동차 메이커들이 연료 소모를 최대한 줄이는 고효율 엔진 개발, 무한 연비 경쟁에 돌입한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그린카는 아직 제한돼 있다.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가 대중화하려면 10~20년이 걸린다는 예상이다. 몇 년 안에 전기차 양산 모델이 나온다지만, 비싼 차 값과 도심 충전소 설치 등의 문제 때문에 대중화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아직은 '미래의 그린카'인 셈이다. '현실의 그린카'는 하이브리드차와 클린 디젤차뿐이다.
국내 자동차업계는 하이브리드차와 클린 디젤차 개발과 성능 향상에 힘을 쏟고 있다. 7월 국산 LPi하이브리드 자동차 2종을 선보였으나, 핵심기술을 일본 업체들이 특허로 선점하고 있어 어려움이 있다. 반면 클린 디젤차 기술은 그린카 관련기술 중 세계 수준에 가장 근접한 것으로 평가된다.
클린 디젤차 기술의 핵심은 연료 분사를 최적화하는 커먼레일 엔진과, 배기가스 중 입자상물질(PM)을 제거하는 DPF, 질소산화물을 제거하는 SCR 등 후처리 장치이다. 배기가스 정화 기술이 발전하면서 클린 디젤차의 유해물질 배출은 휘발유차 및 LPG 차와 비슷한 수준에 이르렀다. 여기에 경유 자체의 연비가 높아 클린 디젤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같은 배기량의 휘발유차와 LPG차에 비해 약 20% 낮다.
유럽 자동차업계가 하이브리드차와 경쟁하는 그린카로 클린 디젤차를 선택한 것도 클린 디젤이 현재로서는 가장 환경친화적이고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유럽의 신차 등록 대수 중 디젤 승용차 비율은 매년 4%씩 증가해 2007년 53%를 넘어섰다. 올해 유로5 환경기준이 적용된 클린 디젤차가 출시되면서 상승세는 더욱 가파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디젤차에 대한 소비자의 편견과 정부의 불공정한 대우가 그린카 강국 도약에 발목을 잡고 있다. 우리 소비자들은 최근 출시된 클린 디젤차도 매연을 뿜어대던 과거의 디젤차와 같은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 해 디젤차는 판매량은 전체 승용차 판매량의 1%에 불과하다. 필자의 발의로 국회는 4월 '친환경차 보급 촉진법'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클린 디젤차를 그린카 범주에 포함시켜 정책 지원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모든 디젤차에 부과하는 환경개선부담금 제도를 고치지 않고 있다. 3년 전 나온 유로4 기준의 디젤차나 올해 출시된 유로5 기준 디젤차는 매연을 거의 배출하지 않는데도 부담금을 물어야 한다. 친환경적인 클린 디젤차 보급을 정부 스스로 가로막고 있는 셈이다.
'현실의 그린카'인 클린 디젤차 기술을 세계적 수준으로 높여 외국 선발 업체들과 경쟁하려면 자동차 업계의 노력은 물론이고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 그게 미래의 그린카 경쟁에서도 앞설 수 있는 지름길이다.
이명규 국회의원(대구 북갑)·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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