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노사에 상생과 화합이 실종됐다. 양보와 타협보다는 극한 대립과 투쟁, 자기 주장과 고집으로 곳곳에서 파열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노사 안정이야말로 경제회복의 중요한 변수이자, 이명박 정부가 강조하는 국민통합과 사회 안정의 중요한 전제란 점을 생각하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단체협약의 개정을 놓고 철도노조는 일주일째 총파업 중이다. 수출입 화물이 멈춰서고, 승객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하루에 수억 원씩 영업손실이 나와도 상관없다는 태도다. 한국노동연구소는 노조의 파업에 맞서 직장을 폐쇄했다. 정부는 철도노조의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해 노조간부 검거에 나섰고,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에 압수수색을 벌였다. 대화는 끊겼고, 그 자리에는 총력투쟁과 엄정대처만 있다.
복수노조와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문제가 좀처럼 풀리지 않은 이유도 마찬가지다. 각자 상대를 향해 "내 것을 받아들이라"고만 주장하니 애초 타협은 불가능했다. 정부, 정치권, 노동계, 경영계 가릴 것 없이 자기 입장만 내세우다 보니 정작 가장 중요한 제도의 본질적 가치는 뒷전으로 밀렸다. 대신 당-정, 정-노, 노-사는 물론 노-노, 사-사까지 원칙 없는 이합집산으로 갈등과 불신만 낳고 키웠다. 아니나 다를까, 어제 열린 노사 막판 협상도 무위로 끝났다. 설사 노·사·정·당 4자가 오늘 내일 협상안을 마련하거나, 그것이 무산돼 정부나 여당이 대안을 마련한다 하더라도 그에 따른 반발과 후유증은 만만찮을 것이 뻔하다.
상황을 이렇게 만든 책임은 노·사·정 모두에게 있다. 정부의 방침은 노동문제에 관한 한 '법과 원칙'을 철저히 지키겠다는 것이다. 철도노조 파업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적당한 타협을 하지 말라고 한 것이나, 정부가 이어 강력한 법적 대응을 공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노조의 강경투쟁과 노사야합으로 빚어지는 불법, 탈법, 불합리한 관행을 반드시 바로 잡겠다는 것이다. 공기업 선진화의 핵심 사항에 노사관계를 포함시킨 것도, 복수노조허용과 전임자임금 지급금지 시행을 고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옳은 방향임은 분명하다. 그렇더라도 단계가 필요하다. 하루아침에 노조에게 모든 것, 심지어 자존심까지 내놓으라고 해서는 안 된다. 사측 역시 정부의 지지를 업고 마치 전쟁을 하듯 강경일변도로 나아가서는 위험하다. 노조를 파괴하는 것이 노사관계의 개선은 아니다.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노조를 무력화 한 사람을 높이 평가한다면 정부가 말하는 노조 선진화는 노조탄압의 구실에 불과하다.
노조도 이제 변하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다. 10여년 이상 투쟁해 얻어낸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기란 물론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과감히 버려야 한다. 정부의 강요 때문이 아니라 국민들이 그것을 바라기 때문이다. 철도노조의 총파업에 쏟아지는 비난은 이제는 누구도 국민의 재산을 볼모로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려는 노조를 원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강경투쟁과 강력대응으로는 누가 승자가 되건 노사 화합과 안정, 상생과는 거리가 멀다. 우리 사회에 불화와 적대감과 양극화만 깊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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