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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 칼럼] 순진한 사람이 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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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 칼럼] 순진한 사람이 보는 것

입력
2009.12.02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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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을 열면 경쟁력과 경제성, 효율을 외치는 이들은 생태나 공동체, 미래의 가치 같은 것을 강조하는 사람들을 순진하다고 말한다. 현실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온 세계가 서로 더 잘 살려고 기를 쓰고 뛰는 판국에 그렇게 이상적인 이야기만 외치다간 뒤처지고 만다고 비판한다.

그런데 두바이가 무너졌다. 경쟁력을 외치던 이들이 미래의 발전상이라고 찬양하던 곳, 반면 생태문제에 민감한 이들은 관광객과 투자자를 겨냥해서 사막에 스키장과 고층빌딩, 인공섬을 만드는 방식은 절대 지속가능한 발전모델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하던 두바이가 말이다. 두바이에 투자했던 사람들은 지불유예조치에 따라 투자금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두바이의 미래가 밝다고 본 경제•경쟁 지상주의자들의 예측을 따라갔던 사람은 쪽박을 찬 셈이요, 순진한 이들이 경제예측도 바로 한 셈이다. 두바이의 사례만 특이하다고?

생태 인권 무시한 두바이 몰락

크로마뇽인과 네안데르탈인은 두뇌크기에서 차이가 없었다. 체격은 오히려 네안데르탈인이 컸다. 그런데 왜 그들은 멸종하고 크로마뇽인은 살아남았을까. 영국의 고고학자 스티븐 미슨이 쓴 <마음의 고고학> 을 보면 현생인류의 두뇌가 우월해진 시기는 종교라는 개념에 눈뜬 시기와 비슷하다. 물론 그 시기가 농경문화가 싹트던 시기이자 영양이 좋아진 시기이기도 했지만 아무튼 현실적으로는 쓸모조차 불확실한 세계를 상상하는 것으로 그들의 두뇌는 급격히 발전했고 이것이 마침내는 쓸모없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다른 종과의 격차를 확 벌렸다.

포유류 가운데서도 체격조건이 별로 좋지 않은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 된 이유도 비슷하다. 맹수들일수록 약육강식에 의해 강한 종만이 살아남는 시스템이 작동하지만 인류는 그렇지 않았다. 제일 약한 것까지 보듬은 덕분에 인류는 다른 포유류보다 유전자원이 좀더 다양했다. 종의 다양화는 유전적으로 나쁜 기질을 순화시킨다. 그러니까 약자를 돌보는 것은 가여운 이들에 대한 연민에 앞서 생물학적 측면에서도 종의 개량에 기여한다. 그러니 생태나 공동체, 미래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순진하기만 한 것이 아니다. 그들은 눈앞의 이익이 아니라 더 먼 미래를 생각하면서 정교하게 사고하는 것이다. 교육에서도 공부 잘하는 청소년들만 가려내서 채찍질을 하는 공부가 아니라 잘하는 청소년은 못하는 청소년을 가르쳐주면서 서로가 밀어주고 끌어주는 평등한 교육이 길게 보면 더 경쟁력을 가진다는 것을, 순진한 사람들은 안다.

두바이 모델의 위험성을 미리감치 지적한 이로 녹색평론 발행인 김종철씨를 꼽는다. 그는 올 8월에 한 시사주간지에 '두바이 모델이라는 재앙'이라는 글을 기고한데 이어 9월초에는 녹색평론에 두바이의 실태를 폭로하는 글을 싣게 했다. 두 글은 모두 영국 신문 더인디펜던트가 올 4월에 보도한 두바이 르포기사가 바탕이 되었다. 이 르포기사에서 두바이의 말로를 예견한 근거는 인권문제였다. 최빈국의 노동자들을 데려와 시궁창 냄새가 나는 숙소에 몰아넣고 최저임금으로 14시간씩 부려먹으면서 본토인들은 세금도 안내고 무상 의료•교육에 해외유학까지 보장된 국민소득 12만 달러의 삶을 누리는 이 역겨운 불평등의 세계를, 기자는 최빈국 노동자의 입을 빌어 "두바이의 모든 것은 가짜다. 나무도 노동계약도 섬도 미소도 물조차도 가짜다. 이곳은 가장 끔찍한 곳"이라고 외치게 했다. 가짜는 무너지게 되어있다.

약한 것 보듬는 게 진짜 경쟁력

순진한 사람들은 4대강 사업을 멈추라고 한다. 보를 만들고 강바닥을 파제끼는 것이 환경파괴적인데다가 주변에서 농사짓던 주민들의 삶을 쓸어버리고 말끔한 관광지를 만든다는 것은 인권측면에서도 올바르지 않다는 것이다. 4대강에 큰돈이 들어간다고 복지예산은 크게 줄었다. 정부는 국가경쟁력을 내세우며 사업을 강행하겠다고 한다. 인권도 복지도 생태도 무시된 개발은 재앙일 뿐이다. 순진한 사람들이 보는 것을 경제•경쟁지상주의자들도 제발 보길 바란다.

서화숙 편집위원 hss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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